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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강화하며 불안정 키울 바이든 정부

1월 21일 새벽(한국 시각) 바이든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트럼프는 물러나고 그를 “폭군”, “깡패”라고 부르는 바이든이 백악관에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이룬 성과를 바이든 정부가 계승·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4년을 돌아보면 결과적으로 북·미 관계는 실질적으로 진전된 것이 없었다. 비록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 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아무것도 북한에 내주지 않아 왔음을 강조해 왔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대신에 제재를 일부 풀어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외려 트럼프 임기 내내 대북 제재는 꾸준히 강화됐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지난해 11월 중순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제재를 추가하기도 했다.

얼마 전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초에 작성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본 틀’을 다룬 기밀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경제·외교·군사·정보 등의 수단들을 동원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정권을 약화시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으로 기대를 모으긴 했지만, 트럼프 정부 4년의 실천은 기밀 문서에 적시된 것에 훨씬 가까웠다.

제재 구루

바이든 정부는 이와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대통령 문재인은 바이든 정부와 “코드가 맞는 점이 있다”며 여러 현안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물론 그중에는 한반도 문제도 있다. 문재인은 바이든이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할 정도로 남북문제를 잘 안다” 하고 추켜세우며 바이든 정부 하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게 먼저 양보하라고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대선 TV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북한이 핵능력을 축소하는 조건 하에서만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부통령 시절에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한 바이든 ⓒ출처 미 해군

바이든의 주요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 중에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관여한 인사들이 많다. 대체로 이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비롯한 대북 압박을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예컨대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웬디 셔먼은 2016년에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하려면 북한 정권의 붕괴나 쿠데타가 임박했다고 느낄 만큼 혹독한 제재가 필요하다.” 웬디 셔먼은 오바마 정부 때 한국 정치인들에게 ‘과거의 적[일본]을 악당으로 만듦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으려 하면 안 된다’며, 한·일 협력을 촉구한 자이기도 하다. 대중국, 대북 압박의 수단인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될 데이비드 코언은 오바마 정부 때 재무부 차관을 지내며 이란·러시아·북한 등을 상대로 각종 제재를 설계했다.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그에게 “제재 구루”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구루”는 영적 지도자나 어떤 분야의 달인, 전문가를 뜻하는 표현이다.) 코언은 2017년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트럼프 정부더러 세컨더리 보이콧* 같은 강력한 제재를 북한에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후에는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대북 제재가 흔들린다고 비난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전임 정부들처럼 패권 전략을 관철하려고 북한 ‘위협’을 과장해 이용할 공산이 크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내세워 사드의 한국 배치 등을 정당화한 것처럼 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에 내정된 커트 캠벨 등은 대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한 안보협력체인 ‘쿼드’를 확대하는 등 다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거기에는 한·일 관계 개선도 동반돼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은 그 명분이 될 공산이 크다.

타미플루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제재를 받아 왔다. 미국은 세계 금융을 지배하는 지위를 무기로 북한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제재는 그 자체로 위선이다. 북한(그리고 이란)과 달리,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제재를 전혀 받지 않았다. 인도도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맺었고 인도를 대중국 견제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대북 제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불안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데 기여했다. 제재 강화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며 북한이 더더욱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대북 제재로 가장 크게 고통받은 쪽은 북한의 평범한 대중이다. 2017년 의학 전문지 《랜싯》의 편집장 리처드 호튼은 대북 제재가 ‘2500만 북한 주민을 집단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등은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 기구(주사기, 엑스레이 장비 등), 식수 관련 장비(파이프, 보일러 등), 농업 자재 등이 모두 제재 품목에 포함돼 있다.

그래서 예컨대 산림 녹화 지원을 위해 북한에 비닐하우스를 지원하는데, 비닐은 되지만 철제는 제재 품목이라 보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제재 품목을 북한에 들이려면 구호기관들은 유엔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절차와 진행 과정의 복잡함 때문에 제재 면제를 받은 인도적 지원 사업의 건수는 적다. 제재 면제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돼 시급한 인도적 구호 조처가 때를 놓친 사례들도 있다.

그리고 금융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 때문에 금융 기관 등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 관여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제재 면제를 받은 인도적 사업조차 물품을 제공할 업체를 선정하거나 대금 지급을 위한 송금을 하기가 어렵다.

북한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경을 봉쇄하면서 아직 공식 확진자는 없다고 하나, 지금까지 북한도 2만 건 이상의 검사를 했을 만큼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북한은 유럽과 국제 구호기관들에 코로나19 백신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잇달아 성명을 내어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면제하라고 촉구했다. 제재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 등은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 대북 제재에 협력해 왔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미국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재에 저촉되지 않거나 예외 승인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북 제재는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모두 대북 제재와 얽힌 문제들이었다. 2018년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는 사업도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며 미국이 제지한 적이 있다. 타미플루는 되지만, 타미플루를 나를 트럭이 제재 품목이라는 이유에서다. 타미플루를 주고 싶으면, 지게로 나르라는 얘기였을까?

바이든 정부 하에서 대북 제재는 강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대북 제재는 한반도 평화 진전에 해로울 뿐 아니라 북한 대중의 고통을 악화시킨다. 올봄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더불어 대북 제재 강화에도 반대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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