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삭발한 세월호 유가족들:
“진상규명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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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삭발 내내 눈물을 머금고 있던 ‘호성 엄마’ 정부자 씨가 한 맺힌 절규 후 간신히 내뱉은 말이다.
또다시 거리로 내몰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집단 삭발을 했다. 세월호 참사 검찰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의 발표를 규탄하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1월 22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단의 발표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수단은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의혹에 관한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사참위의 수사 의뢰로 제기된 17개 혐의에 대해 2건만을 기소하고, 13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기무사·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 등이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검찰의 재수사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삭발을 하기 전 청와대 앞에 선 이유를 밝혔다.
“삭발 자체는 두려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삭발을 해서라도 우리 목소리를 전해야 하는 이 상황이 화도 나지만 두렵고 걱정된다. 지난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통령의 진상 규명 의지가 가족들 못지않으니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검찰 특수단의 발표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삭발하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 희생된 게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들은 민주당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청와대 앞에서 팻말을 들고 농성해 온 ‘경빈 엄마’ 전인숙 씨는 “특수단의 발표를 듣고 너무 화가 나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며 “이런 답변을 듣기 위해 일 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청와대에 온 것이 아니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인숙 씨는 비와 폭설을 온몸으로 맞으며 청와대 앞에서 437일 동안 매일 팻말을 들었다.
‘호성 엄마’ 정부자 씨는 힘든 목소리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불법 사찰에 대해 무혐의를 처분한 것은 암묵적으로 지시하고 사찰의 수단을 들키지 않으면 민간인 사찰을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뜻[인가.] ... [이번 수사 결과는] 사찰의 대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개인과 가정이 모두 피폐해지는 끔찍한 현실을 차갑게 외면했다.”
이 날 삭발에는 ‘시연 엄마’ 윤경희 씨, ‘순범 엄마’ 최지영 씨, ‘동수 아빠’ 정성욱 씨, 최헌국 목사도 함께 했다.
유가족들은 만약 “정부가 특수단의 결과를 미흡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사명을 헌신짝처럼 내버렸음을 뜻[하는 것]”이라며 “이제 문재인 정부가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오는 23일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음’을 알리는 팻말 시위를 하고, 25일부터는 매일 저녁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