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원 오른 올해 최저임금(8720원), 결국 용두사미 약속 최저임금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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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신년사에서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자화자찬할 때, 많은 노동자들은 어느 나라 얘기인지 의아했을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것처럼 떠들어 댈 때도, 저임금 노동자들은 알맹이 없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침체로 노동자·서민은 실업 증대, 소득 감소의 고통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면서도, ‘속도 조절’을 내세우며 정작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이다. 지난해보다 겨우 130원(역대 최악의 인상률인 1.5퍼센트) 오른 것이다.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는 비혼 1인 가구의 실질 생계비가 월 218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해도 182만 원(209시간 기준)밖에 안 돼, 실제 생계를 꾸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샴푸 한 통, 삼겹살 한 근 사는 데에도 한참을 망설이고, 월세 낼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훨씬 더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2020년 통계청은 최하위분위(1분위)의 노동소득이 53만 원에서 51만 3000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은 이런 불평등 개선을 외면한 것이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과 임기 초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세우며 이것이 노동존중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만 원 공약 파기를 선언했고, 최저임금 제도를 개악해 인상 효과를 억제했다.
재계와 보수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며 아우성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7퍼센트로, 박근혜 정부(7.4퍼센트)와 별 차이가 없다.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이 각각 2.8퍼센트와 1.5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아, 2년 연속 최악의 인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기업주들의 부담을 낮춰 줬다. 기존에 최저임금과는 따로 지급하던 상여금·복리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할 수 있도록 2018년에 최저임금법을 개악했다. 그 덕분에 기업주들은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해, 실제로는 임금을 안 올리면서 최저임금법 위반은 피할 수 있었다.
이 산입 범위는 점점 늘어나게 돼 있어서 일부 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이 하락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액보다 산입할 수 있는 수당이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컨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기본급이 2만 7170원 인상된다 해도, 기존 식대 20만 원 중 14만 5326원이 기본급에 산입될 수 있다.
이 정부는 대단한 개혁을 제공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에는 용두사미로 끝내고 만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의 파산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기대했던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