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보호 못하는 ‘고용유지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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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넓고 기간 짧고 비정규직 보호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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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와 실업 소득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최근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지난 1년간 정부가 노동자들의 고용·실업 지원에 쓴 지원금은 총 4.7조 원으로, 기업 지원에 쓴 91.2조 원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가 있었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고용 지원에 매우 인색하다는 점은 사각지대가 넓고 임시방편에 불과한 고용유지지원금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제도는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유급휴직을 시키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6개월간 휴업수당의 67~90퍼센트를 지원하는 것으로(지난해에는 지원 기간이 몇 개월씩 부분 연장됐다), 고용 유지를 위한 거의 유일한 정부 지원 수단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제도 활용률은 전체 임금 노동자 대비 3.8퍼센트에 불과했다. 각 나라마다 경기 침체 수준이 다르기는 했지만, 한국의 고용유지 지원 제도 활용률은 다른 OECD 국가들에 견줘 현저히 낮았다(프랑스 33퍼센트, 이탈리아 45퍼센트, 독일 30퍼센트, 스페인 18퍼센트 등). 물론, 해외에서도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부 지원금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 1200만 명을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지원금 신청 권한을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손익계산에 따라 일부를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받다가도 중단해 버리는 등의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 같은 문제점은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항공·숙박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도 고용 보호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령,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호텔업 종사자 4명 중 1명이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해를 크게 입었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탓이다.
중복 답변이 가능한 설문조사에서, 호텔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대상은 정규직이 99.1퍼센트였고,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5.5퍼센트에 그쳤다. 일용직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외주·하청 노동자들은 고용 사업주가 다르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부터 파견업체가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고용 위기에서 완전히 빗겨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몇 달간 유급휴직을 실시하다가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이마저도 중단해 버리곤 했다. 10퍼센트도 안 되는 휴직급여 부담을 피하려고 ‘희망퇴직’ 형식을 빌어 일부 정규직을 해고한 것이다.
게다가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는 지난해 230억 원이 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놓고도, 올해 1월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100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제도가 “해고에 속수무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기업주들이 유급휴직(고용유지지원금)보다는 무급휴직이나 해고로 나아가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이는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애먼 노동자들에게 계속된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다. 고통전가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