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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학생 선택권 확대가 아니라 비정규직 교사만 늘린다

‘교원자격증 없는 시간제 교원 임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로 늘어나는 선택과목 수요를 충족한다는 게 명분이다.

4월 9일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초‧중등교육법 48조 2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른 기간제교원의 임용 기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을 시간제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미 2월 16일에 “수급이 어려운 분야에 박사급 전문가 등을 시간제 기간제 교원으로 한시 임용하는 제도 신설” 계획을 밝혔다(‘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또한 순회 강사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교원도 배치하려고 한다.

ⓒ출처 교육부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비정규직 교원이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부의 의뢰를 받은 강원대학교 연구진의 보고서를 보면, 2025년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그때까지 1만 2000여 명의 교원을 증원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규 교사 충원은 하지 않고 비정규직 교원 증원으로 때우려 하는 것이다.

교육의 질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교사로 채용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학교에는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교원자격증이 없는 비정규직 교원 제도가 도입돼 이 노동자들이 임금 차별과 고용 불안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이미 채용된 강사들은 정규직화해야 하고 이들이 교원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연수나 유급휴가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기존 정규직 교사들의 노동조건 악화로도 연결돼, 결국 교사 전반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악화된다. 교·강사의 불안정한 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학생들에게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역대 정부들은 학생 수 감소를 빌미로 처지가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를 양산해 왔다. 2000~2018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각각 3.76퍼센트에서 17.84퍼센트로, 3퍼센트에서 17.53퍼센트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요구는 무시하면서, 기간제 교사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기간제 교사 증가세는 줄지 않고 있다. 2016년 4만 6666명이던 기간제 교사 수는 2020년 4월 5만 7776명으로 4년 만에 1만 명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사 수를 충원해 과밀 학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자, 정부는 기간제 교사 채용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네 명 중 한 명이 기간제 교사인 실정이다. 여기에 고교학점제를 빌미로 교원자격증 없는 비정규직 교사가 대폭 늘어난다면 교육의 질은 더 악화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성적 경쟁과 입시에 유리한 교과목에 집중되는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반면,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노동강도는 높아졌고, 시간제 근무 기간제교사나 선택과목 강사와 같은 비정규직 교원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수업은 현행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혁과 함께, 정규 교원을 충원하고 학급 당 학생 수를 감축할 때 비로소 자리를 잡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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