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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 성소수자 계정 폐쇄 사태로 보는:
중국의 성소수자 차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의학 전문 저널 《랜싯》, 2019년).

그런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서구 사회보다 더 나은 처지에 있을까?

7월 6일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대학생과 엔지오(NGO)가 운영하는 성소수자(LGBT) 관련 계정 10여 개가 갑자기 폐쇄됐다. 폐쇄된 계정 중에는 성소수자 권리 옹호 활동, 미투 운동 등을 벌여 온 단체의 계정이 많았다. 성소수자 모임의 관련 글도 대거 삭제됐다. 위챗은 규정을 위반했다는 통보 외에 계정 폐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위챗에서 성소수자 관련 계정들이 갑자기 삭제됐다

다음 날 〈환구시보〉 편집장 후시진은 위챗을 옹호하는 글을 썼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성소수자들이 현 단계 중국에서 일종의 과시적인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중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꽤 긍정적으로 바뀌어 왔다. 예컨대, 2019년 중국의 한 언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퍼센트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소수자는 체계적 차별 속에 살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에서 정부 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특히, 성소수자 운동과 그 조직들은 당국의 감시와 검열을 받고 있다.

검열

중국에서는 1997년에 동성 간 성관계가 비범죄화됐다. 2001년에는 정부 당국이 내는 정신 질환 목록에서 동성애가 빠졌다.

이후 중국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발전했고, 청년 사이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성소수자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상하이에서는 2019년까지 11년 동안 매년 자긍심 행진이 진행됐다.(그러나 지난해에는 행사가 불허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핑크 경제’가 연 3000억 달러 규모(한화 약 343조 원)로 성장했다.

2018년 〈인민일보〉 같은 관영 매체조차 성소수자의 권익이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적 조처를 취해 왔다.

2018년 4월 중국 SNS 웨이보는 성소수자 관련 주제를 금지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분명 시진핑 정부의 SNS 통제 방침을 따른 조처였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웨이보는 자신의 조처를 일단 철회해야 했다. 그러나 한 달 후에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행사는 공공시설에서 열리지 못하게 불허됐다(〈디플로맷〉 2018년 6월 1일자 기사). 온라인 공간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검열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3월 중국 장쑤성 중급인민법원은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기술한 대학 교재가 “학문적 견해”여서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정부 당국의 태도는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록 동성애가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됐지만, 여전히 중국 주요 도시의 많은 병원에서는 이른바 “전환 치료”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동성애를 병리적 문제로 여겨 약물 등으로 이성애자로 “전환”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는 여전히 정신 질환으로 분류돼,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심리 치료를 받았다는 증명이 필요하다(《랜싯》). 또, 성인이라도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면 반드시 가족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성소수자는 다른 노동자보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지어 해고당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중국에는 섹슈얼리티 등에 따른 차별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고, 성소수자 노동자는 직장에서의 차별과 부당 해고를 시정하려면 개별 소송에 호소해야 한다(‘중국노동회보’(차이나 레이버 불레틴)).

가족

서구와 마찬가지로 중국 국가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나날의 노동력 재생산과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일이 개별 가족 단위에 맡겨져 있다. 그리고 가족 제도에 기반한 성역할과 규범은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낳고 성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또한 중국 국가는 체제를 위협할 잠재력이 있는 운동을 적극 감시하며 권위주의적으로 탄압해 왔다. 예컨대 정부 당국은 미투 운동조차 확산되지 못하게 막았다. 권력자들에 대한 불만과 연결될까 염려해서다.

많은 성소수자 운동 단체도 걸핏하면 당국에 의해 제약당한다. 그리고 서방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심의 눈길마저 받는다.

예컨대 2019년 광저우 시당국은 성소수자 단체 2곳(광저우대 레인보우 그룹, 광저우 젠더와 섹슈얼리티 교육 센터)을 ‘불법 사회 단체’로 규정하고 폐쇄하도록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네드 프라이스는 위챗의 성소수자 계정 삭제를 두고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억압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권 공세는 위선적인 이중 잣대다. 합의한 동성 간 성관계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중동 최대 우방인 것만 봐도 그렇다. 또한 올 들어 미국 내 성소수자 적대 법안 17개가 여러 주의회에서 제정되는 등 미국 성소수자들도 더 취약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표방해 왔다. 그러나 그런 말과 달리, 지금 중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차별에 맞서 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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