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이 노동자대회 탓?:
방역 실패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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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정부는 2주 전에 열린 7·3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모두 코로나 확진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경찰은 이날 집회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23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이 마치 민주노총 집회 탓인 것처럼 만들려는 것이다.
정부는 확진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상근자 3명이 모두 7·3 집회에 참가했고, 코로나19의 잠복기가 최대 2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는 확진자의 확진 판정 2~3일 전까지의 동선만 조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공운수노조 상근자들의 감염 경로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국무총리 김부겸이 나서 2주 전 집회를 감염 경로로 지목한 것이다. 김부겸은 이미 7·3 집회 전날에 민주노총이 방문을 거절했는데도 찾아와 집회 취소를 압박한 바 있다.
〈조선일보〉나 국민의힘 등 우파가 지난해 광복절 태극기 집회를 거론하며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엉터리 헛소리에 불과하다.
당시 우익들은 대놓고 방역 방침을 무시하고 있었다. 집회 주최자인 전광훈 자신이 교회 내 확진자 밀접 접촉 가능성이 커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상태였고(실제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사랑의교회 신도 상당수가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무대에서는 발언자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마이크를 돌려 썼고, 집회 참가자들도 기본적인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차명진 등이 곧바로 코로나에 감염됐던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 7·3 집회는 애초 방역을 고려해 여의도공원을 집회 장소로 선정했고, 방역 지침을 준수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정부가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방역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날 집회는 가능한 한 방역 조처들이 시행됐다.
책임 떠넘기기
최근 감염 재확산은 정부가 방역을 완화하려고 6월부터 분위기를 조성하고 거리두기 기준 자체를 완화한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6월 한 달 백신 접종이 늘긴 했지만, 이제 백신 접종률이 30퍼센트대에 정체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자신의 방역 실패 책임이 분명해지자, 우파들의 비난 공세를 피하려는 속셈으로 민주노총 속죄양 삼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집회의 권리를 억누르려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집회 금지 목적이 감염 차단보다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을 막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다.
사실 개방된 실외에서 방역 수칙을 지킨다면 감염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밝혀진 바 있다. 정부도 이를 근거로 백신 접종자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려 한 바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아침저녁으로 미어터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여기에서의 감염 확산은 아예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노동자들과 영세 소상공인에게만 가혹한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고작 25만 원밖에 안 되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시간을 끌고, 1년 넘게 생업을 이어가지 못한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정부에 항의해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이 아니라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는 데는 인색한 정부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식 수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