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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 빈발하는데:
중대재해법, 시행령으로 또 난도질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는 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7월 14일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안을 발표해, 누더기 법을 또 한 번 난도질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 재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눈치를 본 것이다. 2019년 누더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시행령으로 한 번 더 후퇴시켰던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대산업재해 중 직업성 질병에 대한 규정을 24개 급성중독으로만 매우 협소하게 결정했다. 경총은 직업성 질병을 급성중독으로만 한정하고 뇌심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결국 뇌심질환이나 직업성 암은 사망 시에만 적용된다.

게다가 시행령에서 제시된 급성중독의 기준이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인데, 이런 사례 자체가 전무할 정도로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직업성 질병을 처벌하는 조항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등 과로성 질병은 아예 중대산업재해에서 제외됐고,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도 중대재해로 처벌할 수가 없게 됐다.

경영자 의무도 누더기가 됐다.

2인 1조나 과로사 근절과 안전작업을 위한 인력 확보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조처들이 경영자 책임에서 빠졌다.

또, 경영자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관계 법령에서 근로기준법은 제외됐다. 이렇게 되면 과로사, 직장 내 괴롭힘 등 예방을 위한 조처는 경영자 의무에서 빠지게 된다. 얼마 전 서울대 청소 노동자들의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도 정부는 이런 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의무는 매우 제한돼 있다. 정부가 시행령에 제시한 경영자 의무 8개 조항 중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는 2개 조항에서만 명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청노동자와 특고노동자에 대한 위험요인 점검, 작업 중지, 대피 보고 등 기본 조치 적용 여부가 모호하다. 하청노동자나 특고노동자가 흔히 중대 산업재해의 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을 빠뜨린 것이다.

안전 점검 책임도 외부로 위탁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멍도 만들어 놨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중대시민재해에서도 후퇴했다. 예컨대, 화학물질로 인한 시민재해의 경우 ‘특정 원료’를 극히 일부 종류로 한정했다. 심지어 ‘특정 원료’ 종류는 시행령 위임 사항도 아니었는데 경영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행령에서 규정해 버렸다.

시민재해로 분류될 수 있는 ‘공중이용시설’ 규정도 좁혔다. 도로와 철도, 주유소, 유원시설 등만 해당되고, 최근 벌어진 광주 건물 붕괴 사고처럼 위험천만한 철거 현장은 제외됐다. 또한 다수 인명 피해가 있을 수 있는 공연장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업이 있기나 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누더기 시행령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