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좌파의 현지 보도:
반정부 시위 한 달, 위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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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월 11일 쿠바 좌파들의 온라인 매체 ‘코무니스타스 쿠바’에 게재된 것이다. 스페인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단체 ‘마르크스21’의 데이비드 카발라가 영역한 것을 한글로 다시 옮겼다. ‘[기사 묶음] 쿠바, 미국 그리고 저항’에서 이번 쿠바 시위 소식과 쿠바 사회의 실상 등에 관한 기사들을 더 볼 수 있다.
최근 쿠바 정부는 중소 사업체 설립을 허용하는 새 법을 통과시켰다. 물론 7월 11일 시위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와 정책들을 보면, 쿠바 최고위층은 덩샤오핑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베트남식 자유시장 개혁(이른바 ‘도이머이’)을 점점 더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시위 전에도 이 법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쿠바공산당 내 반대파 때문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위가 승인 추진에 압력이 된 것이다.
쿠바 공산당이 시행한 또 다른 변화는 식료품·의약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미한 개선조차 관료적 무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쿠바인들은, 7월 11일 시위를 낳은 사회 문제들에 관해 정부가 설득력 있게 해명하고 공개 사과하기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많은 쿠바인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치우쳐 있음을 알고 있다.
시위 한 달이 지난 지금, 체포된 시위 참가자 다수는 자신이 재판을 받게 될지 자신에 대한 기소가 철회될지 알지 못한다. 가택연금, 운동에 대한 제약, 경찰의 집 앞 순찰·감시 등도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한다.
원인
7월 11일 시위 한 달 후, 시위를 낳은 원인들은 그대로다. 지금의 경제 위기가 극복이 요원한데다 정부가 시위를 공격하고 탄압을 계속하는 것도 불만을 낳았다.
정부가 경제·정치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에 노동계급의 참여를 늘릴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음은 특기할 만하다.
동시에, 정부는 시위를 폄하하고 범죄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우파의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7월 11일 같은 시위가 앞으로 몇 달 안에 또다시 벌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몇 가지 변화를 보며 시위가 효과적이었다는 정서도 커지고 있지만, 성과에 견줘 위험이 너무 크다는 생각도 많다.
지금 SNS에서 거리 시위를 선동하는 사람들 다수는 7월 11일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7월 11일 시위는 쿠바 정부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심각한 정치 불안정이 정점에 이른 사건이었다.
7월 11일 시위의 핵심은 이렇다: 오늘날 쿠바는 경제·보건 위기뿐 아니라 그만큼 심각한 정치·이데올로기 위기도 겪고 있다.
쿠바 정부도 (공식적으로 시인하지는 않지만)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959년 권력 장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정치적 위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 심해지기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