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법원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조만간 양경수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한 영장 집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8월 11일 양경수 위원장은 “권력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틀 뒤 법원이 서면 심사를 통해 신속히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이 절차도 사실상 요식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은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해야 하는 근거의 하나로 “재범 우려”를 꼽았다. 양경수 위원장 심문에서 민주노총의 하반기 파업 계획을 집요하게 캐물은 이유다.
이는 정부가 민주노총을 탄압하는 진정한 목적이 노동자 투쟁을 억제하고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을 잘 보여 준다. 벌써 한 달가량 집회와 시위를 일절 금지했는데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노동자 투쟁 전반이 눈에 띄게 전진한 건 아니지만,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과 싸울 자신감이 높아져 왔다. 단호하게 파업한 경우에는 소득을 얻기도 했다. 택배노조와 (약간의 모호함이 있긴 하지만) 현대중공업노조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호소하는 하반기 파업 등 투쟁 기조가 대선을 얼마 앞두고 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쟁을 자극하는 효과를 낼까 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현재 경제 회복이 매우 불안정하고 일시적이라서 임금 인상 등 조건 개선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억제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요구에도 냉담한 반응이다.
경찰은 택배노조와 건보 고객센터 파업을 조직하는 데 일조한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건강보험공단 사측도 노조원들을 고소·고발했다. 특히, 택배노조 투쟁은 상당한 주목을 받은 투쟁이었고 성과도 거둔지라 그 파급 효과를 우려해 보복을 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탈탄소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이재용 석방도 이런 방향에 부합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면 새로운 사회적 대화 무드 조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하반기부터는 업종과 지역 수준에서 사회적 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하반기 투쟁 기조를 선언하는 민주노총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런 정부에 맞서 굴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당연하다. 10월 20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파업에 박차를 가할 시기에 위원장이 구속되면 투쟁 조직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택배노조, 건보 고객센터 투쟁 참가자들에 대한 탄압에 반대해 그들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