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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병원 노동자 파업:
“건물 말고 사람에 투자하라!”

이틀간의 보건의료노조 산별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고려대병원, 부산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7곳에서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 7일차를 맞은 7월 19일,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노동자 1000여 명이 고려대안암병원에 모여 파업 집회를 열었다. 고려대의료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파업을 이어 가는 곳이다.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이다.

7월 18일 고려대의료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성지현
7월 18일 고려대의료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성지현

고려대의료원은 2018년부터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고, 스스로 ‘빅6 병원’을 자처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병원 증축과 리모델링으로 시설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고대의료원의 눈부신 영광 뒤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은 것은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과 처참한 근무 여건”이다.

퇴직한 자리를 10년째 채우지 않아 남은 사람들이 업무를 다 해야 하고, 간호사 1명이 환자를 15명까지 감당한다. 증축으로 병원은 커졌는데 인력 충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비정규직만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버겁게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에 치여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해도, 일해도 언젠가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고려대병원 시설이 좋아지고 사측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10년간 임금 인상률은 평균 2.72퍼센트에 그쳤다. 노동자들은 생리 휴가도 맘 편히 못 쓸 정도로 일하는데 사측은 그 노고를 눈곱만큼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사측은 인력 충원 요구에 대해서는 일절 무시하고, 임금도 고작 2.5퍼센트 인상만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 삭감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를 인정하지 않고 돈벌이만 하는 의료원에 이런 얘기를 하러 왔습니다. …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병원 발전은 없습니다. … 건물 말고 사람에 투자하라,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라, 그에 맞는 대우를 하라. 13년 전이나 2년 전이나 올해나 햇수만 다를 뿐 [요구] 내용이 똑같습니다.”

고려대의료원 노동자들은 재작년에 11년 만에 파업을 했고, 다시 올해 파업에 나섰다. 집회에서는 엄청난 불만뿐 아니라 자신감도 느껴졌다.

송은옥 고대의료원 노조 파업대책본부장은 사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7월 21일에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고, 노동자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7월 18일 고려대의료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준
7월 18일 고려대의료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