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미국 IT업계를 선도하는 팡(FAANG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서 N을 담당하는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한류”를 활용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미국과 남미 시장까지 통한 듯하다.
둘, 이미 진행 중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연극과) 영화의 자원이 인터넷 TV로 더 많이 이동한 것 같다.
두 가지 이유로 우리는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화제작을 더 접할지 모른다.
예컨대 박근혜 퇴진 운동이 일어나기 7개월 전에 방영된 〈시그널〉에는 비할 수 없지만 〈킹덤〉 시즌1에서도 박근혜 정권의 추악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는 사회의 불평등을 깨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상적일 요소들이 흩어져 있다.
〈오징어 게임〉은 생존 게임 장르의 드라마다. 거액의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생존 게임에 임하게 된다.
주인공은 2009년 쌍용차 노조(극중에는 “드래곤 모터스”로 나온다)의 점거파업에 나섰던 해고 노동자로 나온다.
그가 경험한 위대하고 가슴 아픈 노동자 투쟁에 비해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계급적) 단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과 면면을 보여 준다.
그중 일부는 태국, 브라질, 아이티 등 세계 어디에서든 지배계급의 개 노릇을 하는 갱(깡패)이거나 그런 역할을 자처한다.
아쉽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야만에 맞선 집단적이거나 계급적인 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신 우리는 끔찍한 생존 경쟁에 짓눌리다 죽어가는 동료와 친구를 보며 울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점은 특히 6화에서 잘 그려진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이 장르의 시조라 불리는 영화 〈배틀로얄〉의 장단점을 모두 계승한 듯하다.
따라서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무엇을 느낄지는 현실의 사회 분위기와 시청하는 개인들의 세계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예컨대, 쌍용차 해고 노동자 출신 이창근 동지는 〈오징어 게임〉을 보고 “당신들의 노력과 저항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하고 말해 준 것 같아 큰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했다.
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오징어 게임〉을 완주하고 나니 갑자기 〈직쏘〉가 보고 싶다. 직쏘를 살려내라! 살려내라! 살려내라!”라고 했다.
우리와 같은 걸 봤지만, 화천대유에서 5년 9개월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아간 1990년생 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
화천대유가 〈오징어 게임〉 같은 자본주의의 게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양쪽의 참가자들은 전혀 다르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현 국회의원의 아들인 그는 ‘말’이 아니다. ‘VIP’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규칙 위에 노는 잠입자 ‘VIP’가 있다. 그렇다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