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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에게 고통 떠넘겨진 요소수 부족 사태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로 화물차가 멈춰 물류가 끊기고, 건설이 중단되는 등 사회 곳곳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했다.

중국에서 요소 1억 8700만 톤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당장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언제 다시 사태가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는 늑장 대처로 심각한 무능을 보여 줬다. 10월 11일 중국 당국이 요소 수출을 규제했지만 정부는 3주가 지난 후에야 대책 회의를 했다.

매점매석이 기승을 부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출 규제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재고와 판매 등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다.

요소수는 평소 10리터에 1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그 가격이 5~10배까지 치솟았다. 한 달에 요소수 비용으로 20만 원가량을 쓰던 화물 노동자들이 200만 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됐던 것이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부담이 큰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요소수 공급 대란의 고통은 화물·건설기계 등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11월 9일 건설노조 기자회견 ⓒ출처 건설노조

덤프, 레미콘, 굴삭기 등을 운영하는 건설 기계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장비를 가동하지 못했다.(건설노조 설문조사)

화물과 건설 기계 노동자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이라는 점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대기업들은 요소수 재고를 확보해 대응했지만, 대다수 화물 노동자들은 스스로 요소수를 구해야 해서 더욱 힘들었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일을 못 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정부에 노동자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생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원인

이번 요소수 대란은 중국의 석탄 공급난으로 중국 당국이 갑작스럽게 요소 수출을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심각한 공급난이 벌어졌다.

이런 공급난은 최근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공급망 교란의 일부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잔뜩 위축됐던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 오지 못해, 에너지·원자재를 포함해 일부 상품의 공급 차질이 벌어진 것이다. 석유·천연가스·석탄 가격 상승과 반도체·물류 등의 공급난이 대표적이다.

석탄 발전이 전력 생산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석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중단하며 석탄 공급 차질이 더 심해졌다. 기후 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든 호주가 중국에게 무역 보복을 당한 일은 한국에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이 중국에서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다.

최근 요소수 사태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지도 보여 준다. 경유를 이용해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이려고 석탄에서 요소를 뽑아서 사용한 것이다. 석탄 공급 부족 후에 중국에서 석탄 광산 개발이 증대하고 있기도 하다. 각국 정부들의 말과는 달리 최근 에너지난 속에 기후 위기 대처는 더한층 후퇴하고 있다.

결국 이번 요소수 부족 사태는 시장 실패와 제국주의 국가들 간 갈등, 화석연료 의존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문제는 반복될 수 있고, 노동자들이 이로 인한 고통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노동자들 ⓒ제공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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