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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북한 노동자들, 체불 임금 투쟁 승리하다
북한도 중국처럼 국가자본주의 국가다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000여 명은 지난달 체불 임금을 받고자 공장 점거 파업을 벌여 승리했다.

노동자를 파견한 북한 기업에 중국 기업이 준 임금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북한 국가가 ‘전쟁준비자금’ 명목으로 임금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노동자들은 1월 11일 파업을 시작했다. 이 파업은 지린성 소재 몇몇 의류 제조, 수산물 가공 하청업체 공장들로 확대됐다. 일부 공장에선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북한 관리자를 인질로 잡기도 했다. 붙잡힌 관리자는 노동자들의 폭행으로 숨졌다고 한다.

그러자 북한 당국이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 등을 급파해 체불 임금을 나눠서 지불하겠다고 약속하고, 그중 일부인 수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면서 15일 무렵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번 파업의 중심에는 의류 제조 공장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10~20년의 경력이 있는 숙련 노동자들이어서, 북한 당국이나 중국 기업 사측이 점거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대체 인력으로 즉시 교체하기 어려웠다.

설사 북한이 대체 인력을 보내려 해도 비자와 취업 허가 서류를 준비하고 중국 당국과 협상하는 등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래서 북한도 일단 한발 물러나 임금 지급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이 노동자들이 가져다주는 외화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 측은 파업 종료 후에도 파업 참가자 전체를 상대로 보복하지 못하고 그중 5퍼센트 정도만 본국으로 송환했다.

중국 단둥의 의류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상당수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숙련

북한에 인접한 중국 동북 3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규모는 상당하다. 2019년 유엔 현지 조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8만 명이 중국에서 일하며 그중 6만 명이 동북 3성에 집중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북한 경제에 꽤 괜찮은 외화 수입원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정부는 중국에 노동자들을 적극 파견했다. 정부 산하 기관들이 앞다퉈 인력 송출을 추진했다.

중국 기업들도 북한 노동자들이 필요했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중국의 일부 산업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동북 3성 소재 중국 기업들이 생산비 절감과 인력난 해결을 위해 안정적으로 북한에서 인력을 확보하려 해 왔다.[1]

중국 노동자 인건비의 최대 절반 수준으로 양질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북한 인력 유치 경쟁이 중국 기업들끼리 치열하다고 한다.

2017년 유엔 대북 제재 결의로 해외 체류 북한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돼 있었지만,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규모는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기업에서 받는 임금의 상당액을 떼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국가가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공동 경비까지 빼면 노동자들 손에는 월 700~1000위안(약 13만~19만 원) 남짓 떨어진다. 2021년 기준 지린성 최저임금이 1500위안이 훨씬 넘음을 감안하면 매우 적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한다. “[중국 단둥의 의류 공장 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상당수가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봉제업체에 일하는 북한 여성노동자들은 대부분 허리와 목, 무릎 등에 고질병을 달고 살아간다.”[2]

북한 노동자들은 대개 파견국에 정주할 수 없고 보통 3~5년 사이의 고용 기간이 만료되면 귀국해야 한다. 또한 이직의 자유가 없고, 단체 생활을 하고 외부의 접촉을 제한당하는 등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렇지만 지린성의 북한 노동자들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점거 파업을 벌여,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에 적잖이 의존해 온 북한 국가의 허를 찔렀다.


[1] ‘중국경제의 변화와 대북 노동력 활용의 특성’, 이종운, 《국가전략》 제23권 3호
[2] ‘코로나시기 동북아접경지대에 북한노동자의 고용위협-체류와 송환’, 최영진, 《평화학연구》 22권 4호

2월 20일에 쓴 기사를 2월 27일에 일부 개정·증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