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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한국의 금리인상:
새로운 위기를 부를 위험한 도박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자 각국 정부들은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주요 선진국들은 막대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1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했다. 매달 1200억 달러(143조 원)어치의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증권을 사들이던 것을 매달 150억 달러(18조 원)씩 줄여, 내년 6월에는 양적완화를 종료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자 현재 0.25퍼센트인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 속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주식 가격이 급등하며 거품이 커지고 있는 것도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자마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매우 빈약한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연준은 주요 국가들에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출현하자 각국은 다시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으로 또다시 급속한 경기 침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신 지적재산권을 고수하며 세계적 백신 불평등을 초래하더니 역풍을 맞은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도 시중에 통화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변동 속에 공급망이 교란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인 유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경제가 회복되며 석유 소비가 늘고 있지만 산유국들은 지난해 감산한 석유 생산량을 다시 늘리지 않고 있다.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데다 고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석유 수출 국가들에 더 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유가를 낮추려는 시도는 오히려 심각한 경기 침체를 낳아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려서 자산 시장 거품과 물가 상승을 잡으려는 시도는 잔뜩 부풀어 있는 부채 부담을 오히려 키워서 새로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위기에서 역설적이게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업 파산율은 하락했다. 정부가 막대한 금융, 재정 지원을 하며 파산을 유예시켜 준 것이다.

운영해도 이자도 못 버는 좀비기업 증가 금리인상은 이런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그러는 동안 기업을 운영해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늘어 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좀비기업의 비중은 40퍼센트에 달한다.이런 기업들이 금리인상으로 파산하게 된다면 경제 전체가 위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2007~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가계부채 위기가 터지며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자 신흥국들도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달러 자금이 회수되고 신흥국에서 외화가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올해 3월 2퍼센트에서 10월에 7.75퍼센트로 6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러시아, 헝가리, 멕시코, 체코, 폴란드 등도 최근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8월에 이어 11월에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석 달 만에 0.5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올랐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 환율 급등 등에 이어 외채 위기를 폭발시킬 수 있다. 신흥국 발 위기가 세계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연준 등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부채 부담과 자산 시장 거품, 인플레이션 압박을 막으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오랫동안 누적돼 온 위기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연대의 전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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