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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김영익 기자의 《미중 카르텔》 서평을 읽고

지난 호에서 김영익 기자는 박홍서 한국외대 연구교수(이하 직함 생략)의 《미중 카르텔》을 서평하면서 미·중의 경제적 상호의존 때문에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을 잘 반박했다. 여기서는 그런 주장의 정치적 함의에 관해 몇 마디 덧붙이려 한다.

박홍서는 일종의 균형 외교론을 실천적 결론으로 내놓는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선봉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중국에 명확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박홍서는 미·중 모두에 비판적인 관점에서, 두 국가의 줄 세우기를 거부하면서 이런 주장을 편다.

그러나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는 관점은 없다. 그가 줄 세우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것이 제국주의 갈등에 일조하는 것이라서가 아니다. 미·중이 지금 패권 경쟁이 아닌 “갈등적 상호의존” 관계이기에 그들의 줄 세우기에 휘말리는 게 손해라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한국은 미·중의 경쟁 상황을 이용해 국익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주도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열강이 지배하는 기존 국제 질서 속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시도는 현실에서 언제나 상당한 제약과 모순에 직면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물론 박홍서도 이런 어려움을 인정한다.

그러다 보니 그는 독자적 국방력 강화 주장으로도 나아간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력 강화는 아시아의 불안정 악화에 일조할 것이다.

게다가 이는 기존 동맹 관계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없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가 ‘자주 국방’을 외치며 도입한 F-35A 전투기는 미국 동맹 체계 내의 병참 체계 속에서 운용돼야만 하는 무기다.

평화를 위해서는 결국 경쟁을 근본 동학으로 하고 국가 간 갈등을 낳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자체에 맞서는 과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박홍서는 이런 체제에 맞서지 않으면서 평화를 이룰 가능성을 모색하므로 공상적이다.

카우츠키는 세계대전의 전운 속에서 초제국주의론을 주장했다. 이는 전쟁 반대와 자본주의 반대를 분리시킨 것이었다. 국가와의 대결을 피하고 사회주의라는 과제를 평화 시기로 미뤄 의회주의적 전략을 실현시킬 전망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일부 좌파가 박홍서와 같은 주장에 관심을 갖는 것도 미·중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반제국주의 관점을 버린 채 개혁주의를 추구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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