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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 부결:
임금 인상 위해 투쟁해야 한다

3월 22일 현대중공업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투표자 6721명(투표율 86.6퍼센트) 중 4605명이 반대했다. 투표자 대비 약 68퍼센트가 반대한 것이다. 계열사별로 반대율을 보면, 현대중공업 66.76퍼센트, 현대일렉트릭 72.25퍼센트였다. 현대건설기계는 무려 87.98퍼센트가 반대했다.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에 불만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잠정합의안은 3사 모두 기본급 5만 원 인상에 일시금(성과금+격려금)을 회사별로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지난 수년간 조선업 위기 속에서 사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전가했다. 구조조정을 동반한 긴축 정책으로 임금 동결이 반복돼 실질임금이 삭감됐고, 노동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최근 조선업이 회복돼 사측은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이런 상황은 빼앗긴 것을 되찾을 기회인데, 잠정합의안은 그에 비해 전혀 만족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간질에도 분노했다. 사측은 2017년 기업 분할 이후에 회사별 분할 교섭으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했다. 이번에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받는 일시금보다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노동자들이 받는 일시금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또, 현대건설기계 사측은 최근 합병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기본급 인상액을 훨씬 더 많이 올렸다. 현대일렉트릭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게 인상됐다. 이런 갈라치기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사측이 매년 교섭을 질질 끄는 것에 대한 분노도 누적돼 왔다. 이번 잠정합의도 지난해 임금 협상에 대한 것이다. 사측은 최초 제시안을 올해 3월에야 냈는데, 이런 황당한 상황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안 했다. 오히려 담화문을 발표해 “지금 마무리 못하면 기약이 없다”면서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이것은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었다.

이 밖에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수 년째 투쟁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 해고 문제(서진이엔지)나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 사무직 선택근로제 도입 같은 유연근무제에 문을 열어주는 문제도 있었다.

투쟁을 중심에 놓아야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동조합이 예고했던 전면 파업일 하루 전에 나왔다. 많은 조합원들이 파업을 했다면 더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섭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회사를 압박할 힘은 여기에 있다. 이 힘이 있어야 협상에서도 더욱 괜찮은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선소 특성상 생산을 타격하기 어렵다며 교섭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자동차 공장처럼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부가 멈추면 전체가 멈추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도 큰 틀에서는 자동차 공장과 유사성이 있다. 한 공정이 마비돼도 전체 공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더 걸리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노동자 대중이 참가하는 투쟁이다. 지난해에는 1000여 명이 파업 농성장을 차리고 크레인을 멈춰 생산에 어느 정도 차질을 줬던 일도 있었다.

올해도 수주가 많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린다. 그래서 사측은 노동자 투쟁에 민감하다. 얼마 전에는 일부 하청 노동자들이 투쟁해 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따 내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투쟁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집행부에 전 조합원이 함께하는 대중 투쟁을 하자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