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쟁의:
8일 간의 파업으로 소득을 거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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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2019년과 2020년의 현대중공업 임단협 3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조합원 6707명이 투표해(투표율 92.96퍼센트) 4335명이 찬성(투표자 대비 64.63퍼센트)했다.
앞서 두 번이나 잠정합의안이 부결됐었다. 그 이유는 2020년 임금이 동결됐었기 때문이다. 정몽준·정기선 총수 일가가 지난해 배당금으로만 931억 원이나 챙겨 갔는데도 말이다.
또, 2019년 법인분할 저지 투쟁으로 해고된 노동자 4명 중 3명만 선별 복직되기로 했고, 조합원 약 2000여 명의 징계가 그대로 유지된 점도 큰 불만을 샀다.
불만과 함께 싸울 자신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 수주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자신감을 키웠을 것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1088만 CGT(267억 1000만 달러)를 수주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해양 수주 목표액인 149억 달러를 이미 반년 만에 조기 달성했다.(물론 조선업 특성상 수주 성과가 1~2년 뒤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2분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파업 덕분에 3차 잠정합의안은 다소 진전이 있었다. 기본급은 1만 8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됐고, 2019년 투쟁과 관련된 고소·고발을 사측이 철회하기로 했고, 경징계자 2000여 명의 징계도 삭제하기로 했다. 해고자 복직 조건도 완화됐다.
7월 6일부터 13일까지 8일 동안 노동자 1000여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크레인을 점거하고, 블록(선박을 구성하는 철제 구조물) 반출을 봉쇄했다. 하루 수십억 원씩 손실이 나자 사측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7월 12일에는 공장 안에서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까지 났다. 발전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산재사망과 그에 이은 항의 운동으로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 여론은 매우 동정적이었다. 사측은 매우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
쟁의 기간에 노동조합 집행부는 교섭에 매달리고,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간부들만이 한 달간 노숙 농성을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는 임금 인상과 징계 철회를 쟁취하지 못했다. 파업 덕분에 비로소 소득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번 합의로 해고자 1명이 복직되지 못했고, 중징계자 21명의 징계가 유지됐다.
그리고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나, 해고자들(서진이엔지)을 위한 대책도 없었다.(항상 문제로 지적되는 연말 성과금 산출 기준도 못 만들었다.)
노조 집행부가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선언”을 받아들인 점도 문제다. 회사 경쟁력 향상에 노동자들이 협력해야 한다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잖은 노동자들(2355명)이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파업 참가자들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서둘러 파업을 멈추게 했다.
그래서 파업 참가자들은 더 파업하면 더 좋은 안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기가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파업 참가자 중에 확진자가 생긴다면 파업 농성장을 유지하기가 크게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여전히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가 파업 참가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또한 마찬가지 이유들로 많은 노동자들이 아쉬워하면서도 찬성표를 던졌던 듯하다.
투쟁의 중요성
그럼에도 기층에서 투쟁을 해 사측의 양보를 얻어 냈다. 그러므로 활동가들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임금 인상 같은 요구를 내세우지 말아야 하거나, 정규직이 양보해야만 광범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저항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약화시켜 해로울 뿐이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자기 요구를 내걸고 강력하게, 효과적으로 싸울 때 다른 노동자들의 지지가 커질 수 있다. 2019년 법인분할 반대 투쟁에서 현중 노동자들이 받았던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이번에 얻은 아쉽지만 소중한 승리는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거둔 승리와, 다른 노동자들도 싸울 자신이 생겨날 수도 있는 상황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번 투쟁으로 고무받을지도 모를 다른 노동자들을 격려하며 사업장을 뛰어넘는 시야와 연대와 조직을 구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