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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수주 늘었는데 하청 노동자 4대 보험료 체불은 여전

지난해 12월 정부는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올해까지 1년 더 연장했다. 이 제도의 내용 중에는 조선 하청업체들의 4대 보험료 체납 처분(재산 압류, 매각 등의 제재 조처)을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사용자들이 내지 않는 보험료의 체납 처분을 유예해도, 노동자들에게선 월급에서 보험료를 꼬박꼬박 공제했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이 돈을 유용하거나 업체를 폐업하면서 떼먹기도 했다. 보험료가 체납돼 ‘신용불량자’가 된 노동자들은 생계에도 타격을 받았다.

이런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더니 되레 지정 기간을 더 연장한 것이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에서 폐업한 어떤 하청업체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를 수년간 떼먹어, 피해액이 1인당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백서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 체납액만 935억 원에 달한다.

3월 25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민주광장에서 열린 ‘하청노동자 3차 총궐기 결의대회’ ⓒ출처 〈금속노동자〉

그런데 정부는 체납된 보험료를 탕감하는 게 아니라 제도 시행이 끝나면 하청업체가 갚도록 했다. 하청업체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인 보험료의 납부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폐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 노동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 대형 조선소들의 수주량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 조선소 일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되자, 대형 조선소들은 생산직 하청 노동자들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체납 처분 유예 연장은 조선소 사용자들이 하청 노동자들을 더욱 값싸게 고용하도록 돕는 셈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조선업이 불황일 때는 하청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더니, 이제 일감이 늘자 인건비 증가 부담을 완화하려고 한다. 정말 파렴치한 자들이다.

3월 28일 금속노조 소속 조선 하청 노조들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보험료 체납 피해를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노사정 협력은 위험

3월 24일에 출범한 ‘울산 조선업 동반성장 노사정 포럼’에서도 보험료 체납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울산시(민주당)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참가한다. 노동조합 측에서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지부, 현대미포조선노조 등이 참가한다.

출범 전 사전 회의에서 울산시는 체납금이 있는 하청업체한테도 경영안정자금의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체납금이 있으면 지원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청 사용자들이 이런 지원금을 체납 해결에 쓸지 알 수 없다. 회의에서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사용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들은 모두 하청 노동자들이 당한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노조 측은 정부 책임을 강조하며 체납금을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조처다.

하지만 울산시와 사용자들의 태도를 볼 때, 노사정 대화를 통해 이를 얼마나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울산시는 노사정 포럼을 출범하면서 노·사·정의 “단결”을 강조했다. 시와 사측의 입장에서 이 말은 노동자들에게 대화를 위해 투쟁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송철호 울산시장은 현대중공업 노사 협상 타결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내고 협력을 호소한 바 있다(〈오마이뉴스〉). 이런 이력이 포럼 출범의 한 배경이 됐다고 한다.

진정 필요한 것은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해 함께 싸우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투쟁의 잠재력을 거듭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일부 성과를 낸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매달 수백 명씩 모여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공장 집회를 열고 있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에서도 일부 하청 노동자들이 잔업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여서 임금을 인상했다.

이런 투쟁이 중요하다. 더욱이 노골적으로 친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하에서, 보험료 체납 같은 하청 노동자들의 고통을 끝내려면 더욱 아래로부터의 투쟁 강화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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