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배운다
파시스트에 맞서 우파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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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과거의 쟁점이 새로운 형태로 제기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수십만 명이 벌인 르펜 반대 시위는 지난해 예테보리, 제노바, 바르셀로나에서 있었던 반자본주의 시위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그러나 르펜 반대 시위의 참가자 대부분은 르펜을 막으려면 거리 시위 말고도 필요한 것이 더 있다고 여겼다. 결선 투표에서 우파인 시라크에게 투표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리와 투표소에서 르펜에 반대하자”가 이들의 슬로건이었다.
혁명적 좌파는
그러나 “시라크에 투표하자”는 입장에는 큰 결함이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1932년 대통령 선거에서 히틀러에 대항해 보수의 대부 격인 힌덴부르크가 “차악”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똑같은 주장을 했다. 6개월 후 힌덴부르크는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했다.
그보다 10년 전 이탈리아의 개혁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날 프랑스 자본주의가 파시즘의 집권을 원했다면 시라크는 힌덴부르크나 이탈리아 자유당처럼 파시즘의 집권을 막지 못할 것이다. 시라크는 과거에 르펜과 거래를 한 바 있고, 앞으로도 자신에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르펜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거리와 일터에서 대규모 행동이 일어나도록 준비하는 것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프랑스의 상황은 아직 1922년 이탈리아나 1933년 독일과 같지 않다.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조스팽의 득표율이 거의 바닥을 친 탓에 20퍼센트 미만인 극우 득표율이 커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좌파 정당들의 득표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적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의 후보인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르펜이나 조스팽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프랑스 자본주의는 이윤 유지를 위해 르펜과 같은 나치에게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 특히나 거리 시위의 규모를 확인한 프랑스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굳이 사회 격변의 위기까지 감수하면서 르펜 집권이라는 도박에 나서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다시 말해,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좌파가 시라크에게 투표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좌파가 시라크를 지지한 것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르펜 정당의 원내 진입을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면, 총선에서도 우파를 지지하며 좌파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르펜을 찍은 수백만 표가 결코 대수롭지 않은 것은 아닌데, 시라크 투표에 반대했던 단체 중 한 곳인 노동자투쟁당
르펜은 그러려면 기존 정치 질서를 모두 반대하는 “아웃사이더”를 자임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학자 스테판 와니시가 말했듯이 “르펜이 꿈꾸는 구도는
이런 상황에서 좌파가 우파를 위해 사퇴하는 것은 르펜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될 것이다. 르펜이 불만에 가득 찬 수백만 명의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주장이 엉터리라는 점을 폭로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런 사람들에게 기존 질서에 대한 진정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시라크에게 투표하라고 주장한다면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라크에게 투표해 르펜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시위대로부터 스스로 단절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