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유조차를 모는 화물 노동자들이 23일간의 생애 첫 파업으로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6월 7일 화물연대 전국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용자가 임금 인상 등을 약속한 지난 6월 30일까지 파업을 지속해 왔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며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에만 4조 76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조 579억 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반면, 천정부지로 뛰는 기름값에 노동자·서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월 평균 200만 원씩 소득이 줄었다. 저유소에서 주유소·대리점으로 직접 정유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하는 화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에쓰오일 화물 노동자들은 지난 4월 정유사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노조 결성 두 달여 만에 에쓰오일 소속 직영 유조차 노동자 300여 명 중 280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의 고통과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15년간 운송료가 한 푼도 오르지 않아 불만을 터뜨렸다.

조정환 화물연대 오일탱크로리지부장은 말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지난 10년 넘게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운송사들은 ‘물류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운송료의 10퍼센트 가까이를 떼어 가기도 했습니다.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조건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고유가 상황이 되니까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에쓰오일 화물 노동자들은 6월 7일부터 파업했다.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정유제품의 출하와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압박을 받던 에쓰오일 사용자 측은 결국 양보를 해야만 했다.

생애 첫 파업

이번 합의로 노동자들은 운송료 20퍼센트가량이 인상되는 성과를 얻었다. 기본 운송료를 5퍼센트 인상하고, 운송사들이 떼어 가던 10퍼센트 수수료를 폐지하고, 분할수송 작업에 대한 건당 수당을 1만 2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올렸다.

휴게 공간을 확대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사용자 측의 책임 부담을 늘리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부를 개선하기도 했다.

유조차 노동자들은 위험 물질을 취급하다 보니 대기 중에 자동차 시동을 꺼야 한다. 추운 한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에도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못하고 차량에서 대기해야 한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휴게 공간은 필수다.

조정환 지부장은 말했다. “[열악한 조건에 비하면 이번 합의가]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안전운임제를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에쓰오일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 등 조건 개선만이 아니다. 에쓰오일 화물 노동자들이 요구를 따내자,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타 정유사 화물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바라고 있다. 자체 모임을 결성하고 화물연대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에쓰오일 노동자들의 “첫 걸음”이 더 전진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