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폴란드 무기 수출은 나토에 대한 간접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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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전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이지만, 국내 무기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무기업체들을 지원하며, 무기 수출을 늘리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폴란드와 호주 정상들을 만나며 무기 홍보를 했다.
그 결과 7월 27일 현대로템·한화디펜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폴란드와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 기본계약을 맺었다.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이 수출 품목인데, 금액만 2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탱크 등 무기를 대거 지원해 왔다. 그로 인한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러시아에 맞서 군비를 강화하려고, 폴란드 정부는 무기 수입을 서둘렀다. 그래서 이번에 계약을 맺은 무기 중 일부 급한 수요는 올해부터 폴란드에 공급될 수 있다.
폴란드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성능 좋은 무기를 대거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무기 계약의 이유를 설명했다.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은 한국 정부가 열을 올리고 있는 무기 산업 육성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를 보여 준다. 앞서 폴란드는 한국산 부품이 들어간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바 있다. 당연히 이는 한국 측의 (적어도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무기 거래 비용을 나토의 지원 예산으로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폴란드와의 대규모 무기 거래로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로이터 통신도 한국이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다가갔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의 무기 거래가 “국제 질서 방위의 부담”을 나눠지는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를 비롯해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폴란드에 항공정비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다른 유럽 국가들로 전투기를 수출할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 현대로템은 노르웨이의 2조 6000억 원짜리 탱크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위험에 기름을 붓는 행위다. 유럽으로 수출된 한국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들어갈 공산이 있다. 또한 러시아 인근 나토 회원국들이 한국산 무기로 무장하는 게 러시아를 자극할 것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 제국주의를 지원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적 위상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는 전쟁 종식이 아니라 확전에 일조하는 행위이고, 그 위험은 단지 유럽이 아니라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