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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
윤석열 정부는 나토를 지원하지 마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10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안다며 이는 “우리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지목해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이른바 살상 무기가 아닌 군수 물자만 지원한다고 해 왔다. 이번에도 윤석열은 살상 무기 공급 결정을 부인하면서도, 무기 지원 여부는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푸틴이 아무 근거 없이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우회 경로로 주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9월 29일 체코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일간지인 〈믈라다 프론타 드네스〉는, 한국이 체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3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체코의 한 방산 기업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과 탄약 등을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것이라는 말이다.

또 그 구매 비용을 미국이 지불한다고 체코 언론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체코 언론은 지적했다. 한국이 체코 회사에 수출한 후 그 회사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더라도, 한국 정부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체코 언론 보도를 자세히 소개하며, 체코를 통한 미사일 우회 수출은 그동안 제기된 포탄이나 탄환 공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관련 링크).

10월 1일에는 일본 〈지지통신〉도 ‘한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공여 가능성’을 보도했다.

지원

물론 윤석열 정부와 체코 정부 모두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보면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앞서 캐나다를 통해 한국산 포탄 등의 우회 지원이 시도된 바 있고, 폴란드로 수출된 한국의 K-9 자주포 차체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미사일과 무인기를 동원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방공 무기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신궁’은 관심을 끌 만한 무기다. 신궁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헬기와 항공기 요격을 목적으로 개발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다. 그리고 프랑스제 ‘미스트랄’ 등 동급의 다른 서방 무기들보다 더 가볍고 성능도 좋다. 러시아의 공격헬기와 무인기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신궁은 매우 필요한 무기인 것이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에 ‘신궁’ 등의 무기 지원을 요청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수락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이 다른 제안을 했는데,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보내는 게 곤란하다면 미국이 대신 받아서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간 경유지로 체코가 거론된 것도 미국의 이런 제안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체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1억 6000만 달러어치 제공했다. 그리고 체코 정부는 미국과 방위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과는 핵발전소 건설과 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은 러시아를 경계하는 동유럽 국가들에 무기를 대거 수출할 기회를 잡았다. 물론 이는 미국 제국주의와의 협력 속에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성능 좋은 무기들이 미국의 동유럽 동맹국들을 신속하게 무장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설사 이번에 한국산 무기가 체코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가지 않더라도,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는 앞으로 계속 제기될 것이다. 폴란드·체코 등 동유럽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무기들이 우크라이나로 갈 공산도 크다.

그러나 한국의 무기 지원은 갈수록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나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에 일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 지역에서뿐 아니라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는 물론, 대만 문제 등으로 미국과 긴장 상태에 있는 중국의 경계심도 키울 테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 나토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