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식 노동 정치로는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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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정의당의 노동 중심성 선회는 매우 좋은 일”을 읽으시오.
일각의 과장과 달리, 정의당은 지난 몇 년간 민주당에 일관되게 스스로 종속됐다기보다는 좌충우돌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여 왔다. 이런 동요는 정의당이 자본가 계급 정치인들의 정당 민주당과 구별되는 독자 기반을 가진 정당이기 때문이다.(그 기반이 무엇인지는 다음 기사에서 언급했다. 👉정의당의 노동 중심성 선회는 매우 좋은 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의당식 노동 정치는 기층의 당원들을 동원해 기층의 투쟁에 연대하고 의원들이 투쟁의 스피커 구실을 해 주는 활동가적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의당은 기층 투쟁과는 거리를 두되 의회에서 의원들이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책임 정치’라고 본다.(이것은 사실 주류 정치학의 ‘책임’ 개념이다.)
사회민주주의의 정치/경제 분업 노선에 따라 경제적 투쟁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 맡겨 두고, 정당은 개혁 입법을 위한 선거와 의회 활동(의회에서의 정치 협상)에 주력한다. 정당과 노조 지도자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특히 서로 비판을 삼간다. 그래서 정의당이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에 적극 연대했지만,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기회주의에는 침묵했다.(완전히 같은 맥락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자들도 침묵했다.)
노동조건과 경제적 생활조건 방어는 노조 지도부 몫이고, 정의당은 이를 법제화하는 일에 열중하자는 일종의 정경분업인 것이다.
두 달 전 화물연대 파업 때도 정의당은 해당 노조 지도부와 만나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는 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파업을 지지한다, 파업 승리를 바란다”는 공개적인 격려는 의식적으로 피했다.
올해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 등을 간판 공약으로 부각시켰지만, 수차례 TV토론에서 당시 CJ대한통운 본사 로비에서 농성하던 택배 노동자 투쟁 지지 발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한편, 최근 (노동계급의 생계비 위기를 악화시킬) 전기요금·금리 인상 등에 반대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 양보론인 사회연대전략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의회 바깥의 계급투쟁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에게 매번 타협해 가며 개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그 대가로 친민주당 본회의 표결을 해 달라거나, 기층 투쟁을 자제하도록 중재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결국 이런 중재의 논리 때문에 노동계급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대변하기가 어려워진다. 민주당 2중대 비난 문제도 어느 정도는 여기서 파생된다.
최근 수 년간 계급투쟁이 정부에 대한 전 계급적 투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조합주의 틀 안의 개별적 투쟁들에 머물렀다. 그래서 노동계급 대중의 정치 의식이 고양될 기회가 줄었고, 그 탓에 좌파가 주변화돼 명백한 자본주의적 개량주의 정당 민주당이 득을 봤다. 결국 정의당도 그 악순환에 연루된 것이다.
따라서 정의당의 최근 노선 변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지속 여부와 정경분업 문제일 것이다.
생계비 위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지만, 경기침체로 사용자들도 이윤 보호를 위해 다시 모질어지고 웬만하면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고무할 진정한 계급 정치가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