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정부 비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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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지원 관련 국회 간담회 공동 주최: 서방과 한국의 전쟁 지원 문제는 침묵할 수 없다”를 읽으시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즉각 끝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고 있는 서방 국가들은 지더라도 무조건 전쟁을 끝내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친서방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절 없었다.
한국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지원해 왔다. 이제는 우크라이나에 17억 달러어치 무기를 지원해 온 폴란드를 상대로 20조 원 규모의 ‘역대급’ 무기 수출 계약까지 맺었다.(관련 기사 ‘한국의 대(對)폴란드 무기 수출은 우크라이나 정부 간접 지원’)
이로써 “한국은 유럽의 한 주요 무기 공급업자가 돼 …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 발 더 깊숙히 관여하게 됐다.”(〈로이터〉)
윤석열은 이를 자축하며 무기 산업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무기 수출에 발맞춰 폴란드에서 핵발전소 건설 부문과 천연가스·수소·배터리 등 에너지 산업에도 진출하려고 애쓰고 있다. 윤석열 자신이 지난 6월 말 폴란드 정상을 만나 ‘원전 세일즈 외교’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창양은 폴란드를 직접 방문해 한국·폴란드 기업 15곳을 모아 총 9개 분야에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이 교란된 상황을 틈타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전쟁으로 무기고가 빈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파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의 개회사를 한 민주당 의원 설훈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수용한 몰도바 등에 경제적 지원(원조)을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는 길이라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서면으로 갈음한 축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모델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을 거론하고 있다”며, 이 간담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원조’는 공짜가 아니고, 난민 지원을 매개로 우크라이나와 그 인접국들에서 한국의 영향력(“장기적 국제관계”)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정부 자신이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해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와 경제적 필요성”을 고려하고, 원조 대상국의 “수출시장이 확대되면 공여국[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유일한 원내 정당이라는 정의당의 의원들이 한국의 무기 지원과 판매, ‘원조’의 이런 실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침묵한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