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하이트진로 화물 투쟁 지지 집회와 행진:
서울 강남 도심에 울려 퍼진 생계비 고통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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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3일) 서울 강남 도심에서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8월 24일 열린 도심 행진에 이어 두번째다.
집회 장소인 강남역 11번 출구 앞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나온 청년들, 넥타이를 멘 사무직 노동자들, 가족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주말 오후 번화가 한가운데서 집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이트진로 투쟁 지지한다!”, “물가 폭등 못살겠다, 고통 전가 하지 말라!” “물가 내리고 임금 올려라!”
이런 외침은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는 노동계급 대중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다. 생계비 위기에 대한 불만과 규탄 목소리가 이어지자, 여러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발언을 듣거나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마이크를 잡은 박한솔 씨는 청년들의 고통과 애환을 토로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콜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하루에 200통 가까운 전화를 받으면서 휴게시간도 없이 일했는데, 최저임금밖에 못 받았습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 월세, 대출이자, 생활비를 충당하기 너무 빠듯합니다. 최저임금[의 낮은 인상]은 ‘최저 인생’을 살라는 부당한 압력 아닙니까?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회사를 위해 수십 년 일해 온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이 사회가 고작 1년, 2년짜리 계약직인 저와 같은 청년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해 줄 리가 있겠습니까?”
집회장 옆에서 발언을 유심히 듣던 한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같이 있던 친구에게 말했다. “나도 대출금 때문에 진짜 못살겠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의 가족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노동자들이 왜 투쟁에 나서게 됐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운송료가 낮아서 [남편과 동료들이] 투쟁을 시작했어요. [유가와 물가가 올라]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름값, 차량 수리비, 보험료도 높고.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도 안 됩니다. 일을 해도 계속 마이너스예요.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요.
“우리 회사라고 믿었던 하이트진로에 배신을 당했습니다. 회사는 겉으로는 협상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130명을 해고했고, 손해배상을 28억 원씩이나 [청구했어요.] 너무 파렴치합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라면, 다 같이 잘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응원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온 권준모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노동자들의 삶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업 불황 속에 원하청 노동자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반대로, 한 사업장의 투쟁이 성과를 내면 다른 사업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손배가압류 계약 해지 탄압에 더 넓은 연대로 대응해야 합니다. 하이트진로 투쟁에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하고 함께 단결해야 합니다!”
이어 집회 대열은 구호를 외치며 강남역에서 하이트진로 본사 방향으로 힘차게 행진했다. ‘물가 내리고 임금 올려라’, ‘고통 전가하지 말라’,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 응원한다’, ‘손배가압류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다양한 팻말과 배너가 눈길을 끌었다.
많은 시민들이 우호적인 시선으로 행진을 바라봤다. 어떤 여성은 혼잣말로 구호를 따라 외쳤고, 어떤 청년은 대열을 향해 “쩐다!”며 응원했다.
응원의 함성
행진 대열이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 도착했을 때,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일렬로 늘어서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박수동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청주지회장은 고맙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하이트진로지부는 투쟁을 처음 합니다. 겁도 났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셔서 용기를 얻습니다.
“투쟁하면서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지, 연대가 왜 필요한지 너무나 가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록 개인으로는 힘이 없지만, 한데 뭉쳐서 수백, 수천, 수만이 모이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여기서 무너지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위 광고탑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도 전화 발언을 통해 “몇 차례나 이렇게 연대해 주셔서 고맙다. 힘이 난다”며 인사를 건넸다.
응원과 연대의 발언이 이어졌다.
청년 노동자 오선희 씨는 “오늘 아침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며 “노동자 투쟁이 희망”이라고 응원했다.
“부산 번화가에서 동지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하면 지나가던 분들이 유심히 듣고 지지를 보내주십니다. 이런 지지가 넓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공무원 노동자 양윤석 씨는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들에게 앞으로 5년 동안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다 깎아 주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 매라고 합니다.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실질임금 깎아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에 ‘솔선수범’하라고 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는 데 맞서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김지은 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청소·경비·시설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는 적립금으로 7135억 원을 쌓아 두고 있으면서, 한 달에 224시간을 일하는 시설 노동자들에게 고작 218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생계비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대리운전 노동자 이창배 씨는 “하이트진로 동지들의 투쟁을 보면서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코로나 기간 생계가 반토막 나고,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물가 폭등으로 또 소득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 없이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화물 노동자들 없이 하이트진로가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지금 판교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사용자 측에 맞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함께 싸워서 승리합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함께 구호와 함성을 외치며 연대의 마음과 의지를 서로에게 전했다.
이날 집회는 물가 앙등에 허리 휘는 노동계급 대중의 불만을 모아 내고,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로 이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실제 그 잠재력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