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버스의 90퍼센트 이상이 포함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한국노총 산하 3개 버스노조의 협의체)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버스 준공영제 공약 후퇴를 막는 성과를 냈다.
김동연은 지난 지방선거 때 버스 준공영제 전면 시행을 공약했다. 그러나 도지사로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내팽개쳤다.
버스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김동연은 경기지역 1800개 노선 중 겨우 200개 노선만, 그것도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준공영제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약 파기였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무려 97.3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실질적으로 준비하자, 김동연은 1년 앞당긴 2025년까지 전체 버스 노선을 모두 준공영화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9월 30일로 예고된 파업을 철회하지 않았다. 경기도가 지역 내 모든 시·군에서 준공영제 전환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전염병이 유행하자 운행률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버스업체 사용자들이 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경기도버스노조협의회는 9월 30일 자정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새벽 4시 첫 차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4시부터 운행하는 첫 차 일부 노선들의 운행이 중단됐다.
그러자 김동연이 9월 30일 새벽 4시 넘어 협상장을 방문했다. 김동연은 협상 중인 노조 대표자들에게 경기도가 책임지고 모든 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하고, 2026년 1월까지 서울 지역 버스 노동자들과의 임금 격차(적게는 월 6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지역 버스 노동자들이 단결해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려 하자, 김동연은 추가 양보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유류비 인상을 핑계 대며 노동자들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 요구를 거부하던 버스업체 사용자들도, 임금 5퍼센트 인상, 유급휴일 수당 지급, 14일 이전 배차표 고지 등에 합의했다.(노동자들은 애초 22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버스 노동자들은 김동연 지사가 긴축의 일환으로 공약을 후퇴시키려는 것을 막아 냈다.
또한 소속된 회사와, 현재 준공영제·민영제 적용 사업장을 넘어 경기 지역 전체에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번에 보여 준 잠재력을 발판 삼아, 향후 제대로 된 준공영제를 이뤄내고 임금 인상과 장시간 노동 해소 등 노동조건도 개선해 나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