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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조 투쟁:
통상임금 인상이냐 임금 체계 개편이냐

서울과 부산, 울산, 창원 버스 노동자들이 5월 28일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광주 버스 노동자들은 29일에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버스 노사는 파업 전날까지 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투쟁의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 인상 여부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기본급 8.2퍼센트 인상과 63세(정년) 이후 촉탁직으로 근무하는 버스 노동자(전체 기사의 약 20퍼센트)들에 대한 임금 차별 폐지도 바란다.

사용자인 지방자치단체와 버스 회사는 임금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 인상을 억누르려 한다. 그간 마땅히 지급받았어야 할 통상임금을 손해 본 것도 억울한데, 앞으로도 임금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다.

특히 버스 준공영제를 가장 먼저 시행한 서울시가 나서서 고임금의 버스 노동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이 발표한 연봉 6,200만 원은 버스 노동자들이 하루 2교대·9시간, 주 6일 근무 등 연장·야간 근로를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액수다.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연차휴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심지어 교통 체증에도 버스 배차 간격을 맞추라는 사용자 측의 압박과 감시도 다반사다.

5월 26일에 열린 버스 노동자 파업 결의대회 ⓒ신정환

5월 26일 사업주 단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사무실이 있는 잠실 교통회관 앞에서 열린 파업 투쟁 결의대회에서 버스 노동자들은 소리 높여 열악한 노동조건을 성토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가족들이 깰까 봐 까치발을 들고 출근하고, 오후반은 새벽 1~2시에 퇴근합니다. 서울시의 암행 감찰에 적발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운전합니다. 매주 바뀌는 교대근무에 마치 해외에 나간 듯 시차 적응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를 임금 인상만 요구하는 파렴치범 취급합니다.”(이상현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신일운수지부장)

보수 언론들은 임금 인상이 버스 요금 인상과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 공격에 가세했다.

그러나 필수 서비스인 시내 버스가 적자를 보는 것은 교통 복지를 늘리기 위한 ‘착한 적자’다. 노동자들의 출퇴근 수단인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 그렇게 마련한 재정을 정부가 투자하면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버스 노동자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

버스 회사들이 당장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에 따르면 60여 개 서울시 버스 회사들이 쌓아 놓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수입에서 지출을 뺀 나머지 돈)이 7,000억 원에 이른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 노동조건 개선은 버스 안전과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올해 통상임금 인상 투쟁의 시발점인 버스 노동자 투쟁이 성과를 거두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싸울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판례를 현실로 만들려면

서울시와 버스 사업주들은 대법원 판례를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따라 노사가 임금체계를 개편하라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통상임금을 삭감하는 개악이다. 노동부도 노동자들이 양보하라며 거들고 있다. 정작 정부와 사용자 측이야말로 시민의 발을 볼모로 버스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것이다.

사용자 측은 법원 소송으로 시간을 질질 끌면서(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여 년) 노동자들이 지치기를 노린다. 통상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버티면 노조로부터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통상임금 투쟁 사례는 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인상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2019년 기아차에서는 8년간의 통상임금 소송 끝에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그러나 당시 기아차노조 집행부는 이를 활용해 즉각 투쟁을 조직하지는 않은 채 ‘경영상 어려움’ 운운하며 노사 협상에서 소송으로 인정받은 금액의 절반만을 통상임금으로 합의하는 배신을 했다.

기아차 사례는 통상임금 판례를 현실로 만들려면, 법정 소송에만 의존하지 말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버스 노동자들에겐 그럴 잠재력이 있다.

현재 버스 노조들은 옳게도 통상임금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완강히 버티는 사용자 측에 맞서기 위한 버스 노조 파업은 정당하다. 이 파업은 대선을 며칠 안 남긴 상황에서 정부와 유력 대선 후보들이 관심 갖고 나서게 만드는 효과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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