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동자 임금 인상 투쟁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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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월 30일에 이어 5월 7일부터 준법투쟁을 하고 있다.
준법투쟁은 규정대로 운행 속도와 정차 규정, 휴게시간을 지켜 버스 운행 지연 효과를 내는 것인데, 준법 운전이 투쟁 수단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정부와 운송사가 버스 운행과 안전에 얼마나 투자를 아껴왔는지, 노동자들을 쥐어짜 왔는지 보여 준 것이다.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통상임금을 인상하라는 것이다. 버스 노동자들은 임금 총액 중 초과근로수당 비중(32퍼센트)이 높은 데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물가 인상을 반영해 기본급도 8.2퍼센트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버스 기사들의 임금 요구를 모두 들어 줄 경우 예산 2,800억 원이 든다며 비난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먼저, 임금 인상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보수 언론의 거짓말은 노동자들을 이간하려는 낡은 수법이다.
필수 서비스인 교통에 정부가 재정을 투자하면 요금 인상을 하지 않고도 노동자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 노동자들의 출퇴근 수단인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기업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
또,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11년만에 기존의 통상임금 판례를 변경해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즉, 노동자들로선 그간 마땅히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의 일부를 손해 본 것이다.*
따라서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이 판결을 적용해 통상임금을 올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생계비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본급도 대폭 올라야 한다.
서울시는 노동자들의 요구들을 반영하면 총 연봉이 7,827만 원으로 올라 간다며 임금 요구가 과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다른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핑계로 버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자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한다고 다른 노동자들에게 그 돈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버스 노동자들의 요구를 완전히 반영해도 3인 가구 기준 표준생계비를 지출하고 매달 50만 원가량 남는 정도다.(2025년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추정치)
버스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고 처우가 개선되면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도 좋은 일일 뿐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싸울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48조 원) 중 시내버스 예산은 약 1.6퍼센트로, 세계 주요 도시들 중 버스 예산 비중이 가장 낮다. 뉴욕(3.7퍼센트)은 물론 총액 대비 런던과 파리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작 “시민 이동권을 볼모로” 삼는 것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승객이 적은 노선의 버스를 줄여,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약 1,100대를 감차했다.
임금체계 개악에 맞서야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쟁의는 다른 지역 노동자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에 이어 다른 지역 버스노조들도 통상임금 확대를 내걸고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일제히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 11개 노조들은 5월 27일까지 임금 인상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28일부터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물론 사용자 측도 웬만한 저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통상임금 산정 문제는 올해 많은 기업들에서 임금·단체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시내버스의 통상임금 교섭 결과는 향후 여러 기업들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
서울시와 버스 사업주들은 이참에 임금체계를 변경하자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상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려는 것이다. 노동부도 노동자들이 양보하라고 거들고 나섰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실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파업으로 사용자 측과 정부를 강제해야 한다.
버스 노동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 서울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은 무려 800만 명에 이른다.
버스노조들의 파업 예고일인 28일은 대통령 선거 불과 6일 전으로,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다.
버스 노동자들이 대선 국면을 활용해 단호히 투쟁에 나서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
통상임금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수당과 퇴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150퍼센트 이상을 연장·야간·휴일수당으로 줘야 한다고 정한다.(초과근로수당에 가산율을 적용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돈이 많아질수록 노동자들이 받는 초과근로수당과 퇴직금은 늘어난다.
그동안 기업들은 기본급 인상 대신 온갖 이름의 수당을 신설하는 수법으로 통상임금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꼼수를 부려 왔다. 기업들은 기본급을 낮게 유지해 노동자들을 더 저렴하게 장시간 부려 먹을 수 있었다.
법원은 그간 기업주들의 비용을 절감(이윤 증가)해 주기 위해, “법령상 근거 없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켰다.(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