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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제헌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되다

칠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출처 칠레 문화부

칠레 극우 정당 공화당이 제헌의회 선거에서 1위를 했다. 공화당은 전체 51석 중 22석을 차지해 의석을 11석 늘렸다. 반면 좌파가 차지한 의석은 17석에 불과했다.

칠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는 현행 헌법을 다시 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국이 후원한 쿠데타로 1973년에 집권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현행 헌법을 제정했다.

보리치는 칠레를 뒤흔든 대중운동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2021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 선거에서 보리치는 일체의 헌법 개정에 반대한 공화당 대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를 꺾었다.

보리치가 집권하자 노동자들은 커다란 희망을 품었지만, 보리치는 이를 저버렸다.

“범죄 소탕” 노력의 일환으로, 연정에 참여한 모든 정당들은 한 달 전 15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힘을 보태야 했다. 2019년 항쟁을 잔혹하게 분쇄하려 한 바로 그 경찰력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법이었다.

경찰은 사실상의 살인 면허와 약 1조 2000억 페소[약 2조 원]의 추가 재정을 얻었다. 보리치는 이렇게 자랑했다. “추가되는 자원의 비용은 예비비로 댈 것이다.” 이 비용은 “예산을 재배정하거나 다른 곳에 이미 배정된 자금을 전용하는 것이 아니고 2023년 예산에 배정되지 않은 국고와 다른 기금을 쓸 것이다.”

제헌의회는 6월에 개헌안을 작성하기 시작해서 그것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다.

지난해에 칠레인들은 보리치와 좌파가 내놓은 개헌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관련 기사 본지 434호 ‘칠레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의 의미와 교훈’)

그 개헌안에는 진보적 개혁이 포함돼 있었다. 대기업과 우파는 개헌안 통과를 저지하려고 악착같이 싸웠다.

하지만 그 개헌안에는 이미 대기업·우파와 타협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예컨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공 의료보험과 민간 보험 사이에서 선택권을 주겠다고 할 뿐, 탐욕스러운 민간 보험을 없애 버리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칠레의 물가 상승률은 1년 넘게 두 자리수대였고, 최근에야 살짝 낮아져 4월에 9.9퍼센트가 됐다. 지난해 식료품 가격이 특히 급등했다.

2월에 산불이 칠레 남부를 휩쓸어 20명 넘게 목숨을 잃은 것도 분노를 자아냈다. 여론 조사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대처가 충분히 신속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보리치는 칠레 대기업의 이해관계와 권력에 도전할 의지가 없다. 보리치는 자본에 맞설 힘이 있는 거리와 일터의 대중운동이 아니라 의회와 제헌의회라는 “안전한” 창구에 의존했다.

그렇게 기업주·우파와 타협함으로써 개혁 염원 지지층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극우에 기회를 줬다.

1970년대에 칠레의 사회민주주의 정치인 살바도르 아옌데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 사회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파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우파를 달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1973년 피노체트는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리고 아옌데를 살해했다.

보리치도 우파와 타협하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이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또다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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