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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인도 열차 충돌 참사:
인력 부족과 정부의 재정 삭감 때문이다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들이 낳은 인재(人災)다 ⓒ출처 AIMC

인도 정치인과 기업주들이 조성한 철도 환경이 지난 6월 2일 저녁(현지 시각) 끔찍한 열차 충돌 참사로 이어졌다.

권력자들은 몇몇 개인들을 희생양 삼아 참사에 대한 분노를 모면하려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바로 권력자들의 정책 탓에 벌어졌다.

5일 현재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300명 가까이 되고, 부상자는 1000명이 넘는다.

서벵골주(州) 콜카타와 타밀나두주(州) 첸나이를 오가는 고속 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인도 동부 오디샤주(州)에서 화물 열차와 충돌했다.

그 뒤 화물 열차는 맞은편 철로를 달리던 초고속 열차 ‘하우라 수퍼패스트 익스프레스’와 충돌해 객차 몇 량을 탈선시켰다.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모디는 자기 자신부터 처벌해야 할 것이다. 사고난 열차들의 번지르르한 이름 이면에는 인력 부족과 안전 예산 부족으로 누더기가 된 철도망이 있었다.

일간지 〈더 힌두〉는 지난 1월 이렇게 지적했다. “인도철도는 전국 18개 철도지구에 걸쳐 31만 2000개의 직책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등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더 힌두〉는 한 뭄바이 철도 노동자의 말을 인용했다. “2교대제로 한 번에 최대 16시간까지 일하고 있어요. 교대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죠.”

〈더 힌두〉는 참사 바로 며칠 전에 또 다른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곳곳에서의 열차 사고 증가세를 우려해 철도청은 공석을 충원하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긴급 조처를 지시했다.”

인도 감사원은 “인도철도[IR, 인도의 준공영 철도 기업]의 탈선”에 관한 2022년 보고서에서 기준에 미달한 항목을 여럿 지목했다. 이번 참사 후 많이 거론된 선로관리시스템(TMS)의 부실함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TMS는 운행 중인 선로의 정비 상태를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중앙 TMS에 내재된 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NRMU)이 인력 부족으로 보직이 너무 많이 비어 있는 상황에 항의했다. “우리의 분노를 보여 주려 합니다. 초과 근무가 많고 휴가가 모자라서 직원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이런 것들도 직무 수행에 악영향을 줍니다.” 노조 사무총장 베누 나이르의 말이다.

인력 부족과 민영화에 맞서 투쟁하는 인도 철도 노동자들 ⓒ출처 PTI

철도 전문가이자 인도에서 일어난 탈선 사고들을 다룬 중요한 연구서의 주 저자인 프라카쉬 쿠마르 센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며 업무량이 너무 많고 휴식 시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가 벌어진 동부해안선은 인도에서 오래되고 이용량이 많은 노선의 하나이며, 인도의 석탄·석유 화물 대부분이 이 노선으로 운송된다고 센은 지적했다.

기업주·정치인들에게 승객과 노동자의 목숨은 하찮다. 2021년 인도 전역에서 철도 사고가 1만 8000건가량 일어나 1만 6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그 중 3분의 2 이상이 객차가 너무 붐벼서 차량 지붕 위에 탔다가 추락하거나 선로에서 열차에 치인 경우다.

바로 지난주에도 자르칸드주 단바드시(市) 인근에서 철도 노동자 여섯 명이 전봇대를 세우다 그 전봇대가 고장력 가공 전선으로 넘어져 감전사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노동자 8명이 안전 장비도 없이, 전기를 내리지도 않은 채 작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극우 정치인 모디가 집권한 뒤 인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디 정부의 실제 관심사는 대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자를 억누르고, 지독한 이슬람 혐오로 빈민들을 분열시키는 데 있었다.

철도부 장관 아쉬위니 바이쉬노는 “불운한 이번 열차 사고” 사망자의 유족에게 고작 100만 루피[약 1600만 원]를, 중상자에게는 고작 20만 루피[약 320만 원]를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디는 이 참사를 “불의의 열차 사고”라고 불렀다.

모디와 그의 패거리는 이번 참사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맛봐야 한다.

거듭되는 참사

1999년 8월, 구와하티시(市)에서 열차 두 대가 정면 충돌해 최소 28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해 전인 1998년에도 인도 북부 도시 칸나에서 열차가 충돌해 2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 철도 역사에서 인명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손꼽히는 열차 충돌 사고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일어난 사고다. 열차 두 대가 충돌해 358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 가깝게는 2016년에 인도르-파트나 노선을 운행하던 여객 열차가 탈선해 최소 14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에는 서벵골주(州)에서 여객 열차가 탈선 후 화물 열차와 충돌해 145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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