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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용병 반란이 보여 주는 것

러시아 정부가 용병 반란에 보인 반응은 푸틴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용병 집단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던 프리고진 ⓒ출처 Prigozhin Press Service

지난 주말 러시아 용병 집단의 우두머리 프리고진의 “모스크바를 향한 행군”은 하루만에 무산됐지만 막후의 자세한 일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뚜렷한 결과들도 있다. 24시간 동안 불거진 패닉과 불확실한 상황은 러시아 지배계급과 군부 내의 분열을 선명하게 보여 줬다.

프리고진의 바그너 용병 그룹은 광대한 영역을 손쉽게 장악했고, 그중에는 핵심 군사 중심지인 로스토프나도누도 있었다. 푸틴 정권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 사태에서 득을 보려 했고, 쿠데타 감행 며칠 전부터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6월 21일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은 용병 그룹 지도자 프리고진이 러시아 고위 국방 관리들에 대항하는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위 군·정부 관계자들에게 보고했다. 그로부터 며칠 전 미국 첩보 기관들은 프리고진이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징후를 감지했다.”

현재 러시아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접어 푸틴이 대승을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푸틴 정부는 민간 군사기업들을 국방부의 통제에 따르도록 하는 새 법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그 법을 도입하면서 나온 말들은 바그너 그룹에 매우 유화적이었다.

러시아 국가두마(러시아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는 로스토프나도누의 바그너 용병들이 “비난받을 만한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저 지휘관들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르타폴로프는 그 용병들이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았”고, “로스토프의 주민들, 남부 군사구역의 병사들, 사법 기관들” 어느 누구도 그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용병들을 두둔했다.

카르타폴로프는 바그너 그룹의 운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부대를 해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극도로 억압적인 정부가 광범한 군사 반란에 보이는 반응 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바그너 그룹이 누리는 지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거나, 더 광범한 반란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 반응은 푸틴을 유약하게 보이게 만든다.

한편, 푸틴은 프리고진의 쿠데타를 두고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

“그것은 러시아의 단결을 깨뜨리는 행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조국과 국민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이다. 그 타격은 1917년 러시아가 제1차세계대전에서 싸웠지만 승리를 도둑맞았을 때 입은 타격과 비견할 만하다. 군대와 국민 등 뒤에서 벌어진 음모와 다툼, 정치 공작은 크나큰 재앙으로 이어졌다. 군대와 국가의 와해, 거대한 영토의 상실, 비극과 내전을 낳았다.”

푸틴이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언급한 것은 그가 진정한 반란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0월 혁명은 “등에 칼을 꽂는 짓”이 아니었다.(그 표현은 독일의 병사들이 당시 러시아의 선례를 따라 반란을 일으켰을 때 독일 지배계급도 사용했던 것이다.) 10월 혁명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제국주의 전쟁을 지속한 ‘자유주의’ 정권에 맞서 노동자·병사·농민이 일으킨 거대한 운동이었다.

그런 운동이 지금 필요하다. 프리고진의 쿠데타는 우크라이나의 유혈낭자한 반격에서 세간의 이목을 돌렸다. 나토가 자금과 무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그 공세는 경악스러운 규모의 사상자를 내고도 얼마 안 되는 소득밖에 얻지 못했다.

한 미국 언론은 이렇게 인정했다.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대공세가 3주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제공한 첨단 무기로 무장했음에도 여러 우려스러운 난관에 부딪혀 계획이 꼬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방어선을 보호하는 광활한 지뢰밭이 남부의 탁트인 대초원으로 진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는 지배자들과 장군들이 인명 손실에 개의치 않고 공세를 실시한 제1차세계대전의 살육극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무기는 훨씬 더 무시무시하다.

권력층의 책략이나 군부의 한 깡패 집단을 다른 깡패 집단으로 갈아치우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군부와 정치인, 전쟁을 낳는 체제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혁명적 반란이 동·서방 모두에서 일어나야 한다.

영국에 사는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보수당과 미국, 나토가 주적이다. 대부분의 좌파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대리전에서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 그들은 푸틴의 범죄를 덮어 주거나, 반대로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퍼주는 것을 반긴다. 그러나 진정한 슬로건은 러시아 철군, 나토 확전·확장 반대, 모든 제국주의 반대, 모든 지배계급에 맞선 혁명적 운동 건설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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