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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조기 총선으로 극우 정당 복스가 참여한 연정이 들어설 수 있다

극우 정당 복스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 ⓒ출처 위키미디어

이번 주말로 급하게 잡힌 스페인 조기 총선으로 극우 정당 ‘복스’가 새 연립정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 사회당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사회당과 ‘우니다스 포데모스’가 연립한 현 정부에 대한 재신임 국민 투표 성격이 있다. ‘우니다스 포데모스’는 한때 급진좌파였던 포데모스와 공산당이 주도하는 좌파연합(IU)이 합친 당이다. 현재 ‘우니다스 포데모스’는 현 고용노동부 장관인 고참 공산당원 욜란다 디아즈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 연합 ‘수마르’로 재편됐다.

우파는 주류 보수 정당인 국민당(PP)과 극우 정당 ‘복스’를 밀 것이다.

2019년 말 들어선 현 연립정부는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이 정부하에서 최저임금 인상, 새 주택법 제정, 트랜스젠더 권리 신장 등 중요한 개혁이 많이 통과됐다.

이는 ‘우니다스 포데모스’와,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의 좌파적 정당들인 카탈루냐공화좌파(ERC)와 바스크국가연합이 가한 압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연립정부는 대기업과 은행의 비위를 맞추려고도 했다. 그래서 물가 상승으로 기업의 이윤이 곱절로 뛸 동안 실질 임금은 5퍼센트나 하락하도록 내버려 뒀다. 또, 새 주택법이 임대료 상한을 정하지 않아 건물주들이 계속 득을 볼 수 있었다.

인종차별 문제에서도 연립정부는 당당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는 스페인령 멜리야와 모로코의 접경에서 국경 통제 당국이 대개 아프리카 출신자들인 이민자 수십 명을 살해한 것을 정당화했다. 모로코 경찰이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멜리야 국경을 지키려고 자행한 탄압은, 스페인 연립정부가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영유권을 인정해 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또, 연립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를 확고하게 지지했고, 군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

포데모스의 실패

좌파의 실패가 현 상황을 초래했다. 포데모스는 2014년 창당할 때 사회운동의 정치적 표현체를 자처했다. 포데모스에 대한 지지는 ‘분노한 사람들’ 광장 점거 운동과 주택 퇴거 반대 운동, ‘존엄을 위한 행진’, 긴축 반대 총파업을 통해 형성됐다.

포데모스는 급진적 개혁주의 강령으로 출발했다. 흑자 기업의 해고 금지, 핵심 산업 국유화, 카탈루냐 자결권 인정 등을 요구했다. 포데모스는 사회 상층 엘리트들을 “카스트”라고 비판했고, 국민당과 사회당도 그 일부라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데모스는 통치 역량을 갖춘 “책임성 있는” 정당임을 보여 주는 쪽으로 선회하고 사회당과 동맹을 맺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제도권으로 포섭됐다. 주택 퇴거에 반대하는 직접 행동 운동의 지도적 활동가였던 아다 콜라우는 2015~2023년에 바르셀로나 시장을 지냈다.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그만두고 사기 저하되거나 선출된 포데모스 정치인들만 쳐다봤다.

대규모 동원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성·성소수자 운동, 환경운동, 세입자 권리 운동 같은 몇몇 운동은 계속 활발히 이어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좌파를 시스템의 또 다른 일부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혁명적 좌파는 대규모 행동을 호소하거나 정부가 더 급진적 조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기에는 세력이 너무 약하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요일 총선의 승자는 국민당일 것이다. 국민당 대표 알베르토 누네즈 페이주는 13년 동안 갈리시아주 주지사를 지내면서 복지를 공격한 자다. 당시 페이주가 유명한 마약상과 함께 요트에 타고 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매우 시사적이다. 페이주가 주지사를 지내는 동안 수많은 어머니들이 마약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녀들을 땅에 묻어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당의 공약은 정부의 복지 정책들을 거둬들이겠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국민당 지방정부들은 ─ 이제는 대개 복스와의 연정이다 ─ 그들의 진정한 정치를 보여 준다. 국민당은 공공 서비스를 해체하려 한다. 안달루시아주에서 공공의료를 위협하는 것이 그 사례다. 국민당은 거물급 건물주들을 비호하고, 빈집에 무단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를 부추긴다. 빈집의 대부분은 은행 소유인데도 말이다. 국민당은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고수한다. 안달루시아주 우엘바의 도냐나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그런 사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스가 부상하고 있다. 지방정부·주정부 단위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극우 정당 복스 안에는 프랑코 독재 시절이나 심지어 역사적 나치의 일부도 옹호하는 파시스트들이 많다.

복스는 인종차별 정당이다. 살던 나라에서 도망쳐 와 가족 없이 살아가는 이민자 어린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복스는 성차별적 정당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실태를 부인한다. 복스는 지방정부에 입성하자마자 성소수자 깃발을 걷어 버리고, 바스크어·카탈루냐어 같은 언어들을 공격하고, 도서관에서 출판물을 검열하고 젠더 폭력에 반대하는 출판물들을 없애 버린다. 그러면서 기업주들과 은행가들의 재산과 권리는 수호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들에게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국민당과 복스가 받을 표는 현 연정 소속 정당들과 나머지 좌파 정당들이 받을 표보다 근소하게 많을 것으로 나온다.

혁명적 좌파에게 투표란 전술적 문제다. 급진좌파 쪽에 믿을 만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혁명적 좌파는 수마르를 찍으라고 호소해야 한다. 몇몇 지역에서는 사회당 왼쪽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예컨대 카탈루냐에는 카탈루냐공화좌파와 민중연합(CUP)이, 바스크에는 바스크국가연합이, 카디즈에는 ‘전진하는 안달루시아’가 있다.

수마르가 전국적으로 3위를 한다면, 국민당과 복스의 우익 연립정부 구성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카탈루냐의 연대체 ‘파시즘·인종차별 반대 연합’이 주도하는 ’#복스저지(#StopVOX)’ 운동과, 안달루시아·아스투리아스에서 벌어지는 더 작지만 이와 비슷한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급진좌파의 희망은 전 사회적인 행동에 있다. 그 행동이 지금은 아무리 대단찮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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