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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수감된 러시아 사회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에게 힘이 되자

현재 수감된 러시아의 반전 사회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1989년 3월 모스크바에서였다. 당시는 소련 말기였다. 당시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은 점점 더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있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소련 국가자본주의를 현대화하려고 시장 경제 정책을 더 많이 도입하고, 정치적 억압을 완화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경제 붕괴, 정치·사회 반란, 군사 쿠데타 미수, 국가 해체였다.

이후 시장 자본주의로의 잔인한 전환 과정에서 인구 다수가 빈곤에 빠졌고, 이런 상황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력을 장악하고 지지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 시기에 보리스 [카갈리츠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반(反)스탈린주의 사회주의자로 떠올랐다. 그는 1982~1983년에 처음으로 수감됐다. 그는 최근 러시아 북부 코미공화국의 수감시설에서 보낸 편지에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고 얼마 후 보리스는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한 그의 첫 저서 《생각하는 갈대》의 수상 기념 강연을 위해 런던에 왔다. 열광적인 청중 중에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들도 많았다. 강연 후 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고(故) 아이작 도이처의 부인이자 소련 정치 전문가인 타마라 도이처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생각하는 갈대》는 19세기와 20세기 혁명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러시아 지식인들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보리스 자신이 학식이 풍부하고 여러 언어에 능통하며 유머와 매력이 넘치는, 이 지식인 집단의 살아있는 사례다. 하지만 그는 또한 일관되고 헌신적인 반(反)자본주의자이자 반제국주의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 번도 정치 전략을 놓고 견해가 일치했던 적이 없다. 보리스는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가 한 “개혁과 혁명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고 적응하는 관계”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따랐다.

실천에서 이것은 일종의 급진적 개혁주의를 따르는 것, 보리스 자신이 “혁명적” 또는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이라고 부른 것을 통해 자본주의의 구조를 바꾸려는 것을 뜻한다.

안타깝게도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 돌이킬 수 없는 개혁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언제나 보리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야만”(보리스의 표현)에 저항하는 전 세계 항의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200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이 한창일 때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포럼과 집회에서 만났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2014년 런던에서 ‘전쟁저지연합’이 주최한 나토 반대 집회였던 것 같다.

보리스가 항상 적절한 정치적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판 신자유주의의 잔인함과 부패에 넌덜머리가 난 나머지, 그는 서방 제국주의와 서방의 중동부 유럽 동맹국들에 반대하다가 때때로 이데올로기적 반동 세력과의 동맹이라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일어난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란을 “혁명적 운동”이라며 환영하는 실수를 범했다.

8월 29일 보리스 카갈리츠키의 생일을 기념해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시위가 열렸다 ⓒ출처 카갈리츠키에게 자유를

그러나 보리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2022년 전쟁의 동기는 대부분 순전히 러시아 국내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탓에 무너진 정권에 대한 지지를 회복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푸틴 정권은 이런 보리스를 “해외 첩자”로 낙인찍었고, 이제는 “테러를 정당화”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보리스 자신이 말했듯이 그는 “오랫동안 이라크·시리아·리비아·유고슬라비아 침공을 일관되게 비판하고, 주권 국가에 대한 폭격과 내정 간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 나라의 대중과 연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리스와 러시아의 다른 반전 수감자들에 대한 연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보리스를 지지하는 여러 서명 운동 중 하나(freeboriskagarlitski.tilda.ws)는 이제 나머지 서명 운동들을 아우르는 연합적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카갈리츠키에게 자유를”이라는 텔레그램 채널도 있다(링크). 이 채널은 8월 29일 보리스의 65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온라인 시위를 조직하는 데 기여했다.

9월 16일에는 더 많은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러시아 정권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들이 국제 여론을 의식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리스와 그의 동지들을 위해 목소리를 더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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