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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50년 전, 1973년 칠레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하다

소피 스콰이어가 칠레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파트리시아에게 1973년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들었다. 당시 사회당 소속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좌파 정부는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로 무너졌다.

2019년 100만 명이 넘는 칠레인들이 시위와 파업을 벌이며 항쟁에 나섰다 ⓒ출처 Susana Hidalgo

칠레에서 의회를 통해 원대한 변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실패한 것은 오늘날에도 좌파 지도자들을 여전히 괴롭히는 문제다.

물론 현 칠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는 [1970~1973년 대통령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가 제시했던 것에 맞먹는 급진적 개혁을 공약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자유 시장 경제를 바꾸고 연금 제도를 개선하고 토착 원주민과 성소수자 집단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는 약속했었다.

하지만 권력을 부지하려 재빨리 우경화하면서 보리치는 이런 꽤나 온건한 개혁조차 내팽개쳐졌다. 피노체트 시절 만들어진 헌법을 다시 쓰겠다는 보리치의 계획은, 새 헌법 초안이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61.9퍼센트 반대로 부결된 후, 올해에는 더 눈뜨고 봐주기 힘든 수준이 됐다.

애초에 보리치는 2019년 항쟁으로 거리에서 드러난 변화 염원 덕분에 떠오를 수 있었다.

보리치는 그 운동의 일원이었지만 이후에는, 항쟁 동안 공격당하고 그로 인해 장애를 얻고 고문당한 사람을 모두 배신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보리치는 경찰의 권한을 키워 줬다.

그런 만큼 보리치의 인기가 추락하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1퍼센트는 칠레가 “부패했다” 혹은 “매우 부패했다”고 여긴다고 답했다.

파트리시아는 칠레의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활동가다. 보리치가 당선했을 때 희망을 품었던 일부 칠레인들이 이제는 실망하고 있다고 파트리시아는 전한다.

“칠레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어요.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리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어요. 보리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감도 못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인플레이션과 임금 문제를 누가 제기하는지 아세요? 바로 극우입니다. 극우는 자신들이 계급 분열에 신경쓰는 양 굽니다. 그리고 그 덕에 지지를 늘리고 있죠.”

극우

보리치는 대선에서 극우 후보 안토니오 카스트를 56 대 44로 꺾고 당선했다. 카스트가 이겼으면 칠레의 오랜 악몽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카스트는 피노체트의 “경제적 유산”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카스트는 여성의 임신중지와 동성결혼에 반대했고 정부 부처인 여성·젠더평등부 폐지를 공약했다.

파트리시아는 좌파 다수가 카스트 같은 자가 집권하는 것이 두려워 보리치에게 투표했다고 지적한다.

“피노체트 독재 시절 칠레에서 좌파 정치와 노동자 투쟁이 분쇄됐던 기억을 절대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됩니다.

“제 세대도 부모 세대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의 참상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을 때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떻게 될까 봐 겁에 질렸습니다. 그 이유가 이해가 되죠.

“그러니 카스트 같은 자가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질겁한 것입니다. 카스트는 [군부 독재 시절] 고문을 했던 자들과 한패입니다.”

하지만 파트리시아는 이렇게 덧붙였다. “보리치는 계급투쟁에서 멀어진 좌파 일부를 대표합니다. 보리치는 노조와 연계가 거의 없습니다. 좌파들 사이에서 보리치는 꽤나 보수적 인물로 여겨집니다.

“저는 보리치가 칠레대학교에서 학생회연합 의장이던 시절에 그를 알게 됐어요. 당시 보리치와 그의 동지들은 칠레에 노동계급이 없다고 흔히 말했어요. 지금의 보리치는 그때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9년 항쟁은 칠레 사회가 어떻게 진정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흘깃 보여 줬다. 정부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자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지만 그 항쟁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항의를 훨씬 넘어섰다.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렇게 외쳤다. “[요금 인상분인] 30페소가 아니라 30년이 문제다.” 사람들은 당시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의 퇴진을 요구했다.[관련 기사: ‘계속되는 칠레 항쟁: 100만 시위가 산티아고를 휩쓸다’(2019.10.31)]

사람들은 연금 개혁, 임금 인상, 건강보험 개혁을 요구했다. 100만 명이 넘는 시위가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진 총파업과 결합됐다.

파트리시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2019년 시위는 실로 장관이었습니다.

“그 시위의 특별함은 그저 수도 산티아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칠레 방방곡곡으로 번졌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시위 덕에 사람들은 권력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느낄 수 있었죠.”

학생 시위

파트리시아는 2011년에 학생 시위에도 동참했었다.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사회당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가 이끄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맞서 싸웠다.

파트리시아는 이처럼 학생 부문이 투쟁의 중심에 서곤 했다고 설명했다. “2009·2011·2019년 대규모 시위는 모두 고등학생들이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그 부모들이 시위를 벌이지 못할 때조차도 시위를 벌였고, 그 시위들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노동계급의 자녀들이다!’

“시위 참가는 칠레 학생들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화염병을 한 번도 던져 본 적 없으면 칠레 고등학생이 아니라고 농담을 하곤 해요.

“그 학생들이 이제 성인이 됐습니다. 대부분은 노동자이겠지요. 그들은 항쟁의 경험에서 배웠고, 많은 청년들이 보리치 같은 정치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한때 보리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보리치를 비웃습니다.”

지난해 9월에도 칠레 학생들은 보리치와 정부에게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산티아고의 학생 시위에 참가한 킨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요구는 2019년 시위가 시작됐을 때 내놓았던 요구와 똑같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건강보험, 더 나은 교육을 원합니다. 또, 우리는 불평등에 맞서고자 합니다.”

보리치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노동자들도 투쟁하고 있다. 지난주 화요일인 8월 29일, 10만 명 넘는 교사들이 무기한 전국 파업을 시작했다. 학교 약 5000곳이 문을 닫았다.

[파업에 나섰던] 칠레교사노조는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보리치의 답변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트리시아도 덧붙였듯이 향후 항쟁은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침잠해서는 안 된다.

“말씀드렸듯 2019년 항쟁은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았죠.

“항쟁의 시기에 필요한 것은 조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거듭 보게 됩니다.

“정치 조직이 필요합니다. 체제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강력한 정치 조직 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칠레와 다른 모든 곳에서 변화를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현재 사람들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칠레인들의 분노는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