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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바이든 정상회담:
정면 충돌 피하려 하지만 미중 갈등은 악화 중

이번 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다. 그리고 11월 15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관계 안정화”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목적이라고 발표했다. 양국 간 경제와 통상 관련 쟁점 외에 주요 지정학 문제들도 테이블 위에 올라갈 것이다.

앞서 미·중 재무장관 회담에서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양국의 “건강한 경제 관계”를 회복하자고 말했다. 미군 합참의장도 이번에 중국과 군사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동향을 보며, 일각에서는 미·중 관계가 (한동안)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는 듯하다. “1년 만에 이뤄지는 미·중 정상회담은 … 양국 관계를 안정기에 올려놓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경향신문〉)

그러나 (일시적인) 긴장 완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은 여전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은 여러 쟁점에서 갈등을 빚었다. 10월 17일 미국 상무부는 저사양 인공지능 칩의 대중국 수출을 불허했다. 사흘 후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의 수출 통제를 강화해 맞불을 놓았다.

10월 24일 남중국해 상공에서는 미군 B-52 폭격기와 중국군 전투기가 3미터 이내로 근접해 하마터면 충돌할 뻔했다.

지난달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 B-52 폭격기와 충돌할 뻔한 중국 전투기 ⓒ출처 U.S. Indo-Pacific Command

그 와중에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일본·한국 등 아시아를 순방하며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쪽에 소홀하지 않음을 보여 주려 했다. 그 직후인 11월 12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미일 3국은 다음 달부터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는 주로 중국을 겨냥해 한미일 협력 강화 등 아시아에서 동맹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러시아와 북한도 자극하고 있다. 최근 두 국가가 군사 협력을 발전시키는 까닭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 두 정부는 양측이 정면 충돌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려 한다. 1년 만에 바이든과 시진핑이 다시 만나는 까닭이다.

지금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을 동시에 대처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도 두 전쟁을 함께 치르는 것은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의 새로운 전쟁도 미국에 만만찮은 일이지만, 이미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제국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소모전을 지속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미국 권력자들은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여겨 왔다.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려고 인도-태평양 방면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려 애써 왔다.

하지만 동유럽에 이어 중동에서까지 새로 제국주의적 전쟁을 벌이게 되면서, 바이든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경쟁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이런 상황은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신경이 분산된 틈에 여러모로 실익을 도모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권력자들의 경계심을 높이며, 어떻게든 만회할 기회를 찾게 만들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은 웃으며 악수하겠지만, 핵심 쟁점들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요인들이 변함없다.

세계경제는 2008~2009년 경제 공황 이후 여전히 저성장에다 최근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한때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중국도 수출 둔화와 자산 거품 등에 봉착하며 저성장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경제적 곤란은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려서 제국주의간 긴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미국 권력자들은 (1970년대 이후) 자국의 세계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저하하는 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다른 경쟁자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 왔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그래서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은 여전하다. 이 점이 양국 정부의 선택들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부상은 미국의 패권에 가장 큰 위협이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 우위를 약화시키고 있고,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서태평양에서 미군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 외교 대화로는 양국 지배자들의 상호 불신과 적대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래서 갈등이 점차 악화되며 전 세계에 그 파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위세가 전만 못하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지역적으로 도전하는 세력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나토의 동진에 도전한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하마스도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예전만 못함을 이용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그러나 미국 권력자들은 두 전쟁 모두에서 쉽게 물러서지 못한다. 미국이 이런 도전을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면, 다른 곳(인도-태평양)에서 중국 등 다른 경쟁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미국에 또 다른 심각한 도전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 전쟁들의 전개 과정과 결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화에 직접·간접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점증하는 제국주의간 갈등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도 위기가 분출할 수 있다.


정상회담과 팔레스타인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다. 10월 28일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에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다른 국제적·지역적 문제들에 관한 상호 이해와 우려”를 논의하자고 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휴전에 반대하고 있음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중동 질서가 그저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해 왔다. 그리고 이에 따른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 평화 회의를 열자고 촉구해 왔다.

중동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이해관계는 미국과 타협할 여지를 준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이란을 설득해 확전 방지에 기여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과 바이든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어떤 논의를 하든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 대의에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