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가자 전쟁의 결과를 두려워하는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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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강대국들은 장악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가자지구 공격은 단지 중동 수준의 지역적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적 수준에서 심화되는 충돌을 더 심화시키는 세계적 위기다. 이 점을 지적하는 설득력 있는 글이 시사잡지 《포린 폴리시》에 실렸다.
《포린 폴리시》는 대개 미국이 자신의 세계 패권에 대한 여러 도전을 물리치려면 어떤 전략을 펴야 하는지를 두고 정책 지식인들이 논쟁을 벌이는 장이다.
내가 언급하려는 글의 저자인 스티븐 월트는 하버드 대학 교수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둘러싼 내부 논의를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월트는 미국 대외 정책의 오랜 비판자이기도 했다. 월트는 국제관계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현실주의 학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현실주의 학파 지지자들은 국제 시스템을 무정부적 정치 질서로 본다. 그 안에서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이익에 부합할 때만 서로 협력한다고 본다.
저스틴 로젠버그나 나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지적했듯이, 현실주의 학파는 이 국가간 경쟁의 근원이 국제적 자본 축적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물론 현실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꼭 전쟁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월트는 더 유명한 현실주의 학자인 존 미어샤이머와 함께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을 비판하는 글을 공저했다. 두 사람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정치권을 향한 친이스라엘 로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내가 보기에는 부정확한 관점의) 책을 쓰기도 했다.
최근 《포린 폴리시》 글에서 월트는 “미국과 나토의 동맹국들은 ⋯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맞선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월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에도 이미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실패해 “전쟁이 잘 풀리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사실상 경제 전쟁”을 벌이면서,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연합·바레인이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을 사우디아라비아로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월트는 지적한다.
또,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레바논과 이란이 개입하는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전쟁은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노력에 어깃장을 놓았다”고 월트는 지적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자국 패권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상대하는 데 드는 주의력과 자원을 분산시킨다고 월트는 지적한다.
게다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우크라이나에게 재앙이다.”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우파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군사 지원과 재정 지원을 지속하는 것에 이미 회의적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를 초토화하는 데 쓸 포탄을 미국에게서 공급받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에게도 나쁜 일이다.” 많은 회원국들이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독일의 노력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월트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는 서방에게 나쁜 일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미국을 우크라이나나 동아시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피해가 누적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금상첨화다. ⋯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또한 미국 주도 체제에 대항해 다극적 세계 질서가 필요하다는 러시아 정부와 중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또 다른 편리한 근거를 제공한다.”
이미 개발도상국·빈국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도록 결집시키려는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그 나라들은 규범과 규칙, 인권에 관해 우리[미국 — 역자]가 떠드는 말에 조금치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미국에 대항하는 균형추로 보기 시작한다 해도 놀라지 마라.”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지금 사태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지 거의 모르는 눈치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지난주 G7 외무장관 회담에 참가한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G7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해 있다.”
G7은 스스로를 “지도적인 산업국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국이 최대 제조업 생산국인 지금 그런 얘기는 매우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G7이 말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분투하는 서방 제국주의 블록일 뿐이라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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