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생들은 굳건하게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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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당국이 7명의 학생들에게 야만스런 출교 조치를 내린 지 한 달이 됐다. 출교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바로 다음 날인 4월 20일부터 본관 앞에서 징계 철회와 총장 면담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에 들어가며 굳건히 투쟁해왔다.
단호한 방어 활동 덕분에,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바뀌기 시작했고 4천5백 명이 넘는 고려대 학생들이 징계 철회 서명에 동참했다.
많은 곳에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민교협,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연세대 총학생회, 고려대 민주 동문회 등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징계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줬다(지지 성명들은 http://club.cyworld.com/comebackku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제적 차원의 지지로 확대되고 있다. 저명한 반자본주의 활동가인 알렉스 캘리니코스와 존 몰리뉴 교수를 비롯한 영국의 진보적 교수와 작가 15명이 징계반대 입장을 보내왔다. 이들은 고려대 당국이 민주주의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럼에도 고려대 당국은 여전히 이러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고려대 당국은 5월 5일 개교기념식을 앞두고 농성장 철거를 위협했다. 고려대 총장 어윤대는 “출교 조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황당한 말도 했다.
어윤대는 지난 5월 3일 자신의 ‘학생 탄압 리더십’이 자랑스러운지 뻔뻔스럽게도 연세대에서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러나 5월 3일 강연장 앞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 40여 명이 함께 연대해, 출교 조치 철회와 신자유주의적 대학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어윤대는 강연이 끝나고 재빨리 도망쳐야만 했다.
바로 다음 날 5월 4일에는 고려대 본관 앞에서 3백여 명이 참가한 징계 철회 집회가 열렸다. 이 날 집회가 끝나고 고려대 당국의 농성장 침탈 위협으로부터 농성장을 사수하기 위해 80여 명이 밤새 연대 농성에 동참했다. 결국 고려대 당국은 농성장을 철거하지 못하고, 개교기념식 장소를 본관 앞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러나 80여 명의 학생들은 옮겨진 장소까지 쫓아가서 “우리를 쫓아내고서 무엇을 기념하려 하는가” 하며 어윤대와 학교 당국에 항의했다. 개교기념식은 아수라장이 됐고, 예정에 없던 담화문을 읽는 것으로 마쳐야 했다.
어윤대를 벤치마킹하려는 연세대 당국은 5월 13일 연세대 개교기념식에서 어윤대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주려고 했다. 토요일이었음에도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 1백여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출교 조치에 항의하고 신자유주의 대학 경영에 앞장서는 어윤대 학위 수여를 규탄했다.
이 날 연세대 당국은 학군단(ROTC)과 교직원들을 동원해 학생들을 짓밟고 밀치는 폭력 만행을 자행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은 연좌시위 등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투쟁했다. 결국 어윤대는 학위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예정된 오찬을 포기하고 도망치듯 연세대를 떠나야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의 연대가 가져온 통쾌한 승리였다.
최근 여러 대학들이 고려대를 따라 ‘교권’ 회복을 내세우며 학생 운동을 탄압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징계 결정에 항의하는 고려대 학생들의 굳건한 투쟁은 다른 대학에서 신속하고 강경하게 탄압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고려대 학생들은 단호하게 징계 철회 투쟁과 대학 신자유주의화에 저항하는 운동을 건설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