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가 레바논을 단결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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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학살과 살육이 자행되는 가운데 새로운 힘이 나타나 이스라엘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평범한 레바논인들의 놀라운 단결력이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종교적 종파주의의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바논이 여전히 내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며 레바논인들의 종파적 증오심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바논을 20년 전으로 되돌려놓겠다”고 위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계산 착오였다.”
평범한 레바논인들은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하며 다시 단결하고 있다. 15년간(1975∼90년) 내전을 겪으며 사라진 듯했던 단결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레바논인의 대다수가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하는 헤즈볼라를 지지한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레바논 사회의 중요한 모순, 즉 계급과 종파 사이의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험
헤즈볼라는 저항을 주도하면서 순전히 종파적인 정당에서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여전히 시아파 무슬림 공동체를 핵심 기반으로 삼고 있는 운동이다. 헤즈볼라는 저항의 정당이지 혁명정당이 아니다. 그러나 질베르 아슈카르[프랑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이론가]처럼 헤즈볼라의 특징을 “철저하게 부르주아적인 사회 구성”에서 찾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헤즈볼라가 장관을 두 명이나 배출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헤즈볼라는 노동부를 통제하게 되자마자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노동권을 금지한 법규를 폐지하고 농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을 벌였다.
헤즈볼라의 지지 기반이 레바논 사회의 상대적 빈곤 계층들이기 때문에 헤즈볼라에는 노조 활동가들과 상근간부층이 존재한다. 그들은 최근의 노동쟁의들에서 모든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상점 주인들과 중소기업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 점은 헤즈볼라가 학교에 제공하는 수업료의 일부를 시아파 공동체의 상대적 부유층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 덕분에 헤즈볼라는 그 지지 기반 외의 청중도 확보했지만, 그 정치 이데올로기와 지도력은 시아파 종교 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써 왔다. 그런데 레바논 사회 자체가 바뀌고 있다. 내전 전에는 레바논인의 대다수가 농촌에 살면서 토지를 경작했다. 이제는 대략 인구의 3분의 2가 베이루트에 거주한다. 비록 주민의 대다수가 이런저런 종파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지만, 대다수 작업장에서는 종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종교적 종파주의는 단지 종교 집단 간의 증오가 표출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 집단에 특권을 보장하고 다른 집단을 차별하는 체제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내전 기간에 평범한 대중은 빈곤과 불행에 시달려야 했다. 굶주림은 종교적 정체성을 구분하지 않았다. 레바논 사회의 가장 큰 분열은 종교가 아니라 계급에 따른 분열이다.
이스라엘 공격의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모든 공동체에서 높아진 것은 종교적 종파주의에 대한 혐오감이 널리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단결 염원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반대하는 운동의 성장이나 빈부격차 심화에 대한 분노에 반영됐다. 지금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레바논 노동자 50만 명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런 단결은 여러 해 동안 건설돼 왔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는 저항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로버트 페이프(Robert Pape)[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가 1980년대에 이스라엘에 맞서 싸운 레바논인 자살폭탄 공격자 41명을 조사해 본 결과 그 중에 “겨우 8명만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었다. 27명은 레바논 공산당, 아랍사회주의연합 같은 좌파 정치단체 출신이었다. 세 명은 기독교도였다. 그들은 모두 레바논 태생이었다.”
이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든 간에 지금 레바논은 호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스라엘에 맞선 전면적 저항의 핵심인 숭고한 연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특정 공동체를 뛰어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달에 그런 운동의 가능성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레바논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도 힐끗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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