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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 특수학급 해소를 위해 싸우겠다고 외친 교사들

“돌아가신 분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애도하지 마십시오, 싸워 주십시오, 특수교육의 개선을 위해 제발 싸워 주십시오.’(안봉한 전교조 인천지부장)

지난 10월 24일 인천의 초등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던 한 특수교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사는 법 규정을 훨씬 뛰어넘는 수의 학생을 배정받아 과도한 업무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여러 차례 교육청에 “살려 달라”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질적인 지원은 전혀 없었다.

11월 8일 인천교육청 앞 추모 문화제에 모인 교사들 ⓒ조수진

11월 8일 근무를 마친 교사들이 고인이 된 인천 특수교사를 추모하고 투쟁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인천교육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7개 교원단체(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인천교사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인천교원단체총연합)가 주최한 추모 문화제에 무려 2000명 가까이 참가했다.

지난 5일 인천교육청 본관 연좌 농성에 참가한 300여 명보다도 훨씬 많이 모여, 주최 측이 준비한 팻말이 너무 모자랄 정도였다.

전국 각지에서 특수교사뿐 아니라 일반 교사들도 참가했고, 젊은 교사들이 꽤 보였다. 기간제 특수교사가 속한 전국기간제교사노조에서도 위원장과 인천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집회장 양 옆으로는 교육 당국을 규탄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렸다. 인천을 필두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투쟁을 지지하며 보내 온 현수막들이다. 애도와 추모를 넘어, 교육청과 교육부의 책임을 묻고, 특수 과밀 학급 문제의 원인인 정부의 교원 감축 정책, AI 교과서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을 폭로하는 현수막이 여럿 보였다.

이날 참가자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애도와 추모에서 멈출 게 아니라 교육 당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과 함께 근무한 서제하 교사는 이날 분위기를 담아 추모사를 낭독했다.

“교육청에 묻고 싶습니다. 뭐가 그렇게 어려웠습니까? … 화요일 간담회에서 교육감님이 첫마디에 특수학급 증설과 특수교사 처우 개선을 약속하시더군요. 허탈했습니다. … 지난 일 년간 선생님이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안 된 일이 떠나고 나자 언제 어려웠냐는 듯이 약속되었습니다. … 선생님의 죽음이 암울한 현실로만 결론지어지지 않도록 교육청은 반드시 약속을 이행해 주십시오. 부탁은 여태껏 우리 선생님이 충분히 드렸습니다. 이제는 부탁이 아닙니다.”

이주연 인천교사노조 위원장은 “이것은 불법이다. 나에게 불가능을 강요하지 마라. 오늘도 기적을 만들기 위하여 나 홀로 병들며 일하는 것을 유능한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기적이 습관처럼 요구되는 동안 사람이 죽는다”고 한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추모사를 옮기며 순직 인정과 제도 개선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한성준 교사도 연대 의지를 밝혔다.

“선생님의 죽음이 … 특수교사들의 가르치는 자로서의 존엄을 지켜 내는 새로운 원천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슬픔과 분노에 끝까지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7개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공동대책위 간사(이강훈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는 11월 7일 자로 교육청이 보내 온 답변을 참가자들에게 보고했다. 도성훈 인천교육감 명의로 된 답변서에는 진상 규명과 순직 처리, 인천의 과밀 학급 해소, 특수교육 여건 개선 등이 담겼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청의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진보교육감으로 알려진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2022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임기 2년이 넘도록 과밀 특수학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밀 특수학급 문제는 인천만의 문제도 아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시도별 과밀 특수학급 비율’을 보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24년 기준 11만 5610명으로, 2020년의 9만 5000여 명보다 21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러나 특수교사 충원은 그에 미치지 못해 전국 과밀 특수학급 수는 2022년 1499학급(8.8퍼센트), 2023년 1766학급(9.9퍼센트), 2024년 1822학급(10.1퍼센트)으로 계속 늘었다.

전체 특수학급 10개 가운데 1개가 법정 학생 수를 초과한 과밀 학급인데, 특히 인천교육청은 제주에 이어 둘째로 심각했다. 인천은 전체 1138개 특수학급 중 17.3퍼센트(197개)나 과밀 학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인천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소속 김정희 교사는 인천시교육청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왜 무리하게 학급을 감축했습니까. … 살려 달라는데 왜 외면했습니까. … 지원이요? 권리입니다. 법에서 정한 우리의 권리입니다. 권리를 보장하고 법을 지키십시오. 우리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박현주 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은 ‘한시적 기간제교사라도 배치해 달라’는 고인의 요청을 묵살한 교육청이 95명의 기간제 정원 여유분이 있었다는 점을 폭로했다.

아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고인의 어머니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향해 울부짖었다.

“학교의 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대통령 말씀에 교육부는 지시 명령 밀어붙이기식으로 각종 대책을 추진하면서도 학교가, 교사가 힘들다고 소리칠 때 교육청, 교육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 왜 교사 충원은 하지 않고 줄이고 있습니까? 인천교육청은 임용 대기 중인 교사가 있는데 왜 발령을 내 주지 않았는지요!”

인천 특수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번 투쟁은 현장 교사들의 분노와 투지가 굉장히 높다는 점을 보여 준다. 특히 특수교사들에게서는 동료를 잃은 슬픔과 애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져 위기에 빠진 지금, 연대를 더 확대하고 투쟁을 키운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

고인의 순직 인정과 전국의 과밀 특수학급 해소를 위해 더 많은 교사들이 투쟁에 나설 뿐 아니라, 특수교사·특수학급 부족으로 고통받는 학생·학부모들과 연대한다면 투쟁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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