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서울):
이스라엘의 가자 북부 학살을 규탄하며 연대 지속을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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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토)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집회가 열렸다.
궂은 날씨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준비해 온 음식과 팻말을 나누는 분주한 손길이 오갔고,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연대의 인사를 나눴다.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북부를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과, 대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미국 정부를 소리 높여 규탄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상 인종 학살에 해당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유엔 특별위원회의 보고 내용도 부정하고 있다.
사회자는 저항과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스스로도 인정하듯, 지금도 저들은 가자지구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저항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연대도 계속될 것입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오늘은 순교자·부상자·난민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지 않겠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나심 씨는 인종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며칠 전 열린 아랍-이슬람 정상회담에 참가한 각국 정부들도 인종 학살의 공범이고 우리에게 배신만 안겨 준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 줬다” 하고 비판했다.
또, 나심 씨는 얼마 전 재선한 극우 도널드 트럼프를 규탄하며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 트럼프 정부에게, 또 전 세계에 말해 줍시다.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것이라고 말입니다. 또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멸망할 때까지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입니다.”
뒤이어 다양한 참가자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천시원 학생의 또랑또랑한 발언은 참가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참가자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저는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집에서 숙제를 하던 평범한 어린이이지만, 이 자리에서 용기를 내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비난해야 합니다. 또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도 테러리스트입니다! 가자 어린이를 살려 주세요! 팔레스타인과 연대해 주세요!”
프랑스인 활동가 삼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유대인 혐오 시위라고 헐뜯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규탄했다.
“어제 파리에서 마크롱이 프랑스-이스라엘 축구 경기를 관전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는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프랑스 주류 언론과 정부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를 유대인 혐오 시위대, 테러 지지자들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야말로 파시즘이 성장하도록 기세를 올려 주고 이슬람 혐오와 유대인 혐오가 모두 느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의 그 어떤 거짓 선전과 탄압도 우리의 팔레스타인 연대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의 목소리보다 더 커지게 만듭시다!”
공공운수노조 홍익대분회 김익환 분회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끝까지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잔인한 학살 행위를 세상에 계속 알리고 규탄합시다!”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이자 난민인 왈리드 씨는 “가자지구의 가장 중요한 이웃”이어야 할 이집트 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을 매섭게 규탄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독재 정권은 가자 학살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엘시시는 무기를 실은 이스라엘 해군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점령자 이스라엘은 결국 패배할 것입니다. 이 추잡한 반역자 엘시시는 모든 다른 반역자들과 함께 몰락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해방될 것입니다!”
사회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해 온 이집트인 난민들이 난민 인정 소송을 위한 모금을 호소하고 있음을 참가자들에게 알렸다.
또 사회자는 “전쟁터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밥을 나누는 일”이라며 가자지구의 피란민들에게 식료품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도 호소했다. 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해 온 학생들이 더 큰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개최하는 포럼도 소개했다.
“저항은 결코 죽지 않는다!”
행진이 시작되자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참가자들의 기세는 오히려 더 올랐다.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구호를 선창했다. “Resistance never dies(저항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늘막에서 비를 피하던 행인들이 핸드폰으로 행진을 촬영하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행인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명동 거리를 통과하면서 대열 규모가 눈에 띄게 불었다. 구호를 함께 외치는 외국인 관광객, 대열을 향해 두 손가락 브이 자를 그리며 연대를 표하는 한국인 가족도 있었다. 한 노점상이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구호를 크게 외치자 참가자들이 그를 따라 외치는 훈훈한 광경도 펼쳐졌다.
대열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할 때쯤 빗줄기가 부쩍 거세졌지만, 참가자들은 힘찬 기세로 연대 지속을 다짐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팔연사는 다음 주 토요일 오후 2시에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집회를 연다. 11월 24일(일) 오후 4시에는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입구에서 인천 행동의 날 집회, 12월 8일(일) 오후 2시에는 서울에서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