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인터뷰:
"자이툰은 미국의 전쟁에 명분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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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자이툰의 실상을 〈맞불〉에 말한다. 이영순 의원은 타당 반전 의원들과 함께 19일부터 이라크 현지 조사를 벌이고 24일에 귀국했다
Q. 이라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아르빌 지역은 이라크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지역인데, 이 곳에 있는 자이툰 부대는 아직도 방탄조끼를 입혀서 밖에 내보냅니다. 사병들도 그렇고 우리[이라크 현지 조사 국회의원단]도 그랬습니다. 그럴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아르빌에서도 방탄조끼를 입혀서 내보내는 상황인데, 하루에 1백 명이 넘게 죽는다는 바그다드는 어떻겠습니까.
Q. 자이툰 부대가 정말로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 지원'이라는 명분에 어울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A. 자이툰의 파병 목적이 '전후 재건과 평화 지원', '한미동맹 공고화'였는데, 일단 전제 자체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아르빌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거기 가서 파병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죠.
자이툰 부대가 가서 한 일은 낙후된 쿠르드 지역의 재건을 도와준다거나 아니면 이번 전쟁 이전의 내전으로 인한 피해를 복원한다거나 하는 수준인데 이건 파병 목적에 맞지 않는 겁니다.
자이툰 부대가 활동한 내용을 보니까 제일 중요한 게 의료 지원, 기술 교육, 대민봉사활동[민사작전] 등인데, 대민봉사활동에는 쿠르드 주민들에게 종이접기, 탈 만들기, 뜨개질, 태권도 같은 걸 가르치는 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군대가 나서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오히려 민간 차원의 다른 단체에서 하면 훨씬 더 활성화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이툰이 하는 활동은 이제 더 이상 군대의 활동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활동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 즉 미국이 일으킨 전쟁 그 자체가 미국이 석유 자원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으킨 전쟁이기 때문에, 그 전쟁에 한국군이 들러리를 서주는 것, 즉 다국적군에 포함돼 있는 것 자체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는 하루 빨리 돌아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에 쿠웨이트에서 기자와 교수들을 만나봤습니다. 그 사람들은 '한국군이 여기 와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한국군은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명분을 살려 주기 위해서 와 있는 거 아니냐.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은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다.'하고 얘기하더군요.
자이툰 부대가 어떤 좋은 활동을 하든 간에 파병 목적에는 맞지 않는 것이고, 잘못된 이라크 전쟁에 명분을 실어 주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고 빨리 철군해야 합니다.
Q. 조사 활동 기간 중에 한국 정부 쪽의 방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5명의 의원이 이라크에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교섭을 할 때부터 정부는 바그다드는 위험하기 때문에 가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보겠다는 의사 표명을 여러 차례 했는데 정부 측에서 못 가게 하려고 미루거나 과장되게 표현했습니다. ‘비행기편이 없다. 언제 뜰 지도 모른다’ 하는 식으로요.
나중에 알아보니까 비행기가 일주일에 몇 대는 다니더군요. 그런데도 정부는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못 가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리가 '꼭 바그다드에 가서 그 쪽 현지 주민들 얘기를 듣고 싶다. 우리가 여기 와서 지낸 곳은 쿠웨이트와 아르빌, 그야말로 친미적 성향이 강한 쪽들만 봤기 때문에 실제 위험한 지역에 있는 이라크 사람들 얘기를 듣고 싶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위험해서 안 된다. 대신 사단장이 미군과 수시로 회의[동맹군회의]를 하니까 그 수준으로 보고를 해 주겠다'고 해서 결국 바그다드에는 못 들어갔습니다.
Q. 정부의 파병 재연장 시도에 맞서 파병 반대 의원들, 특히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입니까?
A. 합참 관계자는 우리에게 '파병 재연장을 전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러면 철군 계획을 세우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전혀 세우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겁니다.
정부가 추가 연장안을 들고 나오기 전에 하루 빨리 철군해야 한다는 여론을 더 많이 확산시켜야 합니다. 지금부터 민간 단체든 의회든 각 당이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자이툰이 빨리 철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에 같이 다녀온 의원들은 각 당이 철군에 대해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입니다. 민주노동당은 9월 27일에 이라크 현지 조사 보고 대회를 할 계획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철군을 주장해야 합니다.
또, 파병 반대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정부가 연장안을 들고 나오기 전에 이런 활동들을 활발히 벌여서 연장안을 들고 나오지 못하게 오히려 철군안을 들고 나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