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쓰라린 선택을 해야 하는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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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둘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다. 미국은 뗏 공세를 군사적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패배를 겪었고, 미국 권력자들의 대다수는 베트남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라크 전쟁의 현 상황은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 미국은 심지어 군사적으로도 이기고 있지 못하다.
지난 주 금요일[10월 20일]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콜드웰 소장은 지난 여름에 미국이 선택한 전략, 즉 미군을 바그다드에 집중시켜 "[저항세력을] 소탕하고 [치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폭력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려는 우리의 원래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에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있을 뿐 아니라, "콜드웰 소장은 미군 투입 증가가 오히려 그런 공격들을 자극하는 구실을 했다고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오늘날 상황이 뗏 공세 당시와 비슷한 부분은 미국 권력자들의 상당수가 이제 이라크에서 부시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콜린 파월이 국무장관이었을 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었던 리처드 하스는 지난 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동은 미국의 세계 패권에서 너무나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미국은 중동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지배자들은 이라크에서의 대안 전략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안
그런 논쟁의 중심에 제임스 베이커가 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과 부시 1세 정부의 주요 인사이자 공화당의 해결사이기도 하다. 베이커는 공화당과 민주당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인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의 공동 의장이며, ISG는 11월 7일 중간선거 이후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베이커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우리 위원회는 '끝까지 버티기'와 '비상 탈출'사이에 다른 대안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하고 말했다.
다시 말해, 베이커는 현재 부시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라크에서 그냥 빠져 나오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참 상원의원인 조지프 바이든이 내놓은 하나의 대안은 '유고슬라비아 식 해결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라크를 쿠르드족·시아파·수니파 자치 지역들로 분할한다는 것이다.
베이커는 "이라크의 주요 도시들은 [종족과 종파들이] 서로 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해결책이] 엄청난 내전을 유발할 것"이라며 그런 대안을 거부했다.
나는 솔직히 베이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그들은 얼마든지 인종청소를 부추길 것이고 이라크를 분할할 것이다. 그러나 발칸 반도에서는 이런 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지만 이라크에서는 아니다.
이라크를 분할하면, 시아파의 다수가 거주하는 남부 이라크는 이란의 시아파들과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베이커 자신은 이란의 이슬람공화국 정권이나 그 동맹인 시리아 정권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때도 비슷한 선례가 있었다. 당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그 동안 이데올로기상의 적으로 여겨 온 중국 마오쩌둥 정권과 손을 잡았다. 이런 외교 혁명 덕분에 미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베트남과 그 주된 후원자인 러시아에 대적할 수 있었다.
부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스스로 '악의 축'이라고 비방한 이란·시리아의 지배자들과 거래할 수 있을 만큼 이데올로기적·전략적으로 유연하다는 증거는 없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간선거 결과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한 ISG 위원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만약 민주당이 이긴다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하라는 압력을 엄청나게 받을 것이다. … 만약 공화당이 의회를 계속 통제하게 된다면 폭력을 억제하려는 필사적 노력의 일환으로 더 많은 미군을 투입할 것이다."
두 대안 모두 길만 다를 뿐 동일한 종착역에 도착할 듯하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겪은 치욕을 능가할 이라크 전쟁 패배가 그 종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