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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점령군은 통제력을 잃고 있다

최근 며칠 동안 이라크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지난 19일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콜드웰은 올 여름부터 미군이 주력해 온 바그다드 '안정화'작전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저항 세력들은 … [우리가 집중했던] 지역에 되돌아오고 있고, [이 때문에] 우리는 다시 돌아가 소탕 작전을 벌이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콜드웰은 9월 말 이래 바그다드의 폭력이 되레 22퍼센트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군과 이라크군에 대한 공격이 43퍼센트나 급증했다. 심지어 이라크 북부의 모술과 키르쿠크에서도 미군과 이라크군을 겨냥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고, 그 결과 10월 미군 사망자수가 지난 2년간 월별 미군 사망자수 최고치를 경신했다.

콜드웰의 발표 바로 다음 날 이라크 남부에서 더 '충격적인'일이 벌어졌다. 메이산 주(州)의 주도인 아마라가 강경파 반미 성직자 알 사드르를 지지하는 시아파 무장세력(마흐디군)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다.

아마라의 마흐디군 지도자는 현지에 있던 〈가디언〉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영국으로부터 아마라를 해방시켰다. 다음 차례는 바스라가 될 것이다."

아마라는 두 달 전 영국군이 이라크 경찰에 치안유지권을 넘긴 곳이다. 미군과 영국군은 이러한 치안 책임 이전을 이라크 상황의 진전으로 선전해 왔다.

아마라에서 벌어진 일은 '이라크화'전략이 바그다드뿐 아니라 이라크 도처에서 파산하고 있음을 뜻한다. 미군이 스스로 집중한 지역에서도, 꼭두각시 이라크군과 경찰에게 맡겨둔 지역에서도, 점령 세력은 점점 더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선거

이라크의 상황 악화는 11월 7일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에게 심각한 악재다. 최근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0퍼센트 초반까지 떨어졌고, 미국인 중 3분의 2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21일 〈뉴스위크〉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퍼센트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주 동안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라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존 워너는 이라크 상황이 "목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부시는 아버지 부시 정부 때 국무부 장관을 지내며 핵심 참모 노릇을 한 '부시 가문의 조언자'제임스 베이커가 이끄는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에 이 문제를 맡겨둔 채 시간을 벌려 했다.

그러나 최근 ISG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들이 하나 둘씩 알려지자 부시 정부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ISG에서 초기에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연방제('이라크 분할안')에 부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시 정부가 연방제에 반감을 갖는 것은 연방제가 낳을 이데올로기적·지정학적 문제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라크를 종파 구성에 따라 거의 독립적인 세 연방으로 분할하는 것은 “이라크에 안정적인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다”는 부시 정부의 목표가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연방제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우려하는 터키와의 동맹 관계를 위협하는 한편, 남부에 들어설 시아파 연방을 놓고 미국이 현재 '주적'으로 여기는 이란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 이란과 시리아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또 다른 안('안정화 우선안')도 네오콘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ISG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마지막 안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재배치를 뜻하는 '배치전환 및 봉쇄안'― 민주당의 다수가 주장하는 안이기도 하다 ― 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부시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 온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고,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 정책의 핵심 전제 ― 이라크군과 경찰의 독립적 치안 유지 능력 확보 ― 를 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부시가 최근의 사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커다란 정책 변화나 철군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이렇듯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이미 66만 5천 명을 죽음으로 내몬 야만적 점령 정책이 계속될 것임을 뜻한다.

오직 국제 반전 운동만이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찍한 재앙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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