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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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올해도 조직노동자를 ‘대기업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며 비정규직과 이간질했다.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로드맵으로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 했다. ‘사회적 합의’로 노동운동 지도자의 발목을 잡아놓고 노동자 투쟁들을 탄압했다.
이에 맞선 우리 운동의 대응과 투쟁의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 쌍용차의 공장점거 파업, 현대·기아차와 GM대우 파업 등 완성차 4사 노조를 중심으로 대공장의 투쟁성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여 줬다. 이것은 특히 GM대우처럼 자동차 부문의 제한적 호황이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자신감을 준 것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노동손실일수가 작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한국노동연구원은 “체감적으로도 통계상으로도 노사분규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노조 투쟁은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대기업(노조)이 임금인상을 주도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평균임금이 올라”(경총)간 것이다. 이는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둘째, 비정규직 투쟁이 전진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공장 하청노동자들이 사상 최초의 연대파업에 성공했고 공장을 멈추는 위력을 보여 줬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원청 사용자성을 부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KTX, 현대하이스코,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혹독한 탄압에도 계속됐고 이것은 많은 노동자들을 고무했다.
올해 초 화물연대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봉쇄하는 강력한 투쟁 끝에 승리했고, 덤프연대도 성과를 거뒀다.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와 장기파업은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기층에 흐르는 분노의 정도를 보여 줬다.
셋째,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처는 올해에도 시원치 않았다. 지도부가 노사정 협상에 매달리며 정면대결을 회피해 철도파업과 포항건설노조 투쟁 같은 절호의 반격 기회를 놓쳤다. 대의원대회는 무산을 거듭하며 ‘동맥경화증’을 보였고, 활동가들의 낙담과 체념은 커졌다.
결국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적인 ‘9·11 합의’로 민주노총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로써 ‘사회적 교섭’ 전술은 파산했으며, 투쟁 건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요컨대, 지도부의 투쟁 회피와 자기제한적 전술로 운동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저변에는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1997년 이후 파업건수, 파업손실일수, 파업참가자수 모두 완만한 상승 추세다. 업종별로 자신감의 차이가 있고, 불만과 행동수준의 격차가 있지만 노동운동은 위기인 동시에 강하다.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힘을 최대한 집중해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