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국제 반전 회의:
레바논 저항과 국제 운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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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반전 회의는 헤즈볼라의 저항이 국제적 저항의 일부였음을 분명히 보여 줬다. 헤즈볼라가 국제 반전 회의 구성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첫날 개막식에 레바논 현지의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참가한 것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나심 카심 헤즈볼라 사무부총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 제국주의의 헤게모니에 반대하는 것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레바논 저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이 저항은 헤즈볼라뿐 아니라 무슬림과 기독교인 등 모든 레바논인들이 지지했습니다. 우리는 놀라운 단결을 이뤄냈습니다. 영토를 방어하고 어린이와 여성을 보호하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억압자와 침략자에 맞서 저항했습니다.
"미국의 계획은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라크·팔레스타인·레바논에서 실패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저항입니다. 빈곤과 전쟁 등에서 같은 적인 미국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라크·팔레스타인에서 미국의 권력을 몰아냅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에 맞서 우리의 동맹을 강화합시다."
그리고 헤즈볼라와 레바논 민중의 승리는 세계 곳곳에서 참가한 활동가들을 고무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레바논의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들을 전했다.
그리고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존 리즈는 전체 회의에서 운동의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베트남 전쟁 때처럼 베트남 내의 저항과 국제 반전 운동의 결합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방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반전 운동은 이미 아스나르와 베를루스코니를 몰아냈고, 부시와 블레어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국에 돌아가 광범한 운동의 연합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제국주의에 동의하지 않거나 자국 정부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함께 운동을 조직해야 더 큰 대중 운동을 조직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제국주의를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베이루트 회의는 저항과 연대를 지속하고, 내년 3월 이라크전 개전 4주년 규탄 시위와 7월 12일 레바논 전쟁 개전 1년 항의, 9월 29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 기념 시위 등을 호소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째, 레바논 저항의 승리를 바탕으로 열린 회의치고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일정이 급하게 변경되고 대중적으로 조직되지 않아서, 회의 참가자들이 주로 전업 활동가들이었다. 2004년 베이루트 반전 회의 때보다 NGO와 평화주의 단체들의 참가가 줄어든 것도 아쉽다.
둘째, 프랑스·그리스·터키·한국·키프로스 등의 반전 활동가들은 유엔군의 외피를 두르더라도 레바논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헤즈볼라와 레바논 공산당의 공식 입장은 유엔군 파병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베이루트 회의는 중동 지역의 저항과 국제 운동의 결합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상징이 될 수 있다.
중동 저항에 연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이며 중요한 임무는 각국에서 반전 운동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 반전 운동은 이라크 점령 지원을 중단시키고,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국제 연대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내년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리는 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가 매우 중요하다. 이 회의는 이집트 국내 운동을 한데 모으는 카이로 사회포럼과 결합돼 열린다.
카이로 회의는 국제 반전 운동과 중동 저항의 결합이라는 매우 중요한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베이루트 회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