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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파당의 팔레스타인인 활동가 출당 — 당이 맛이 갔음을 보여 주다

독일 좌파당에서 출당된 팔레스타인인 활동가 람시스 킬라니(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Christine Buchholz

12월 7일 독일 좌파당이 팔레스타인인 활동가인 람시스 킬라니를 출당시켰다.

람시스는 좌파당의 오랜 당원이자 좌파당 내 혁명적 좌파 그룹인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의 회원이다. 그리고 독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 온 활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아버지와 이복 형제들을 잃었고, 그의 가족의 사연은 다큐멘터리 ‘그저 영상이 아니라 ⋯ — 킬라니 가족의 이야기’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 온 것 때문에 람시스는 우파 언론의 표적이 돼 왔다. 그리고 좌파당 지도부는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라는 거짓말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입막음하고자 한다.

그 공격은 특히 지난 10월 좌파당 내 우파가 베를린시당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다 실패한 뒤 극심해졌다. 그 결의안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저항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종류의 유대인 혐오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존재할 권리”와 ‘두 국가’ 방안에 지지를 표하는 것이었다.

결의안 채택이 실패하자 당내 우파는 유력 언론들을 통해 이를 쟁점화했다. 이들은 결의안 채택 저지의 배후로 람시스를 지목했고, 언론들은 람시스의 말을 왜곡·날조하며 비난했다. 이는 다시 좌파당 내에서 그를 마녀사냥하는 데 이용됐다.

람시스 출당의 근거는 “하마스의 테러를 축소”하고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에 의문을 제기”해 좌파당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좌파당은 이스라엘의 더 거대한 폭력이 누구에게나 명백하게 드러난 지금까지도 그 전쟁을 인종 학살 전쟁으로 규정하지 않고, 분명한 이스라엘 규탄 입장을 취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지지자를 잃고 있다.

좌파당 지도부와 당내 우파는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연정 파트너를 잃는 것을 더 우려한다.

독일은 유럽에서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선도해 왔다. 그것을 주도한 것은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신호등’(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연정이었다.

독일 국가의 이스라엘 지원이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국가는 죄책감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다. 이스라엘 지원은 독일 국가가 서방 제국주의 질서로 매끄럽게 편입되는 통로였다.

개혁주의 정당인 독일 사회민주당은 독일 국가를 그런 방향으로 이끄는 데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사실, 독일 대중의 정서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10월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퍼센트가 현 상황의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좌파당은 지난 10월에 열린 당대회에서도 이스라엘을 분명하게 규탄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좌파당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좌파당은 2000년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과 국제 반전 운동의 여파 속에서 등장했다. 좌파당은 투쟁이 벌어지고 전진할 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회와 선거, 연정 파트너 되기에 몰두할수록 좌파당은 약화됐다. 일찍부터 지속된 지방정부 참여는 언제나 자신의 강령·당론과 모순을 빚는 결과를 낳았다.

시스템의 위기, 특히 제국주의의 위기가 심각해지자 모순은 더 첨예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좌파당은 자국의 군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

이제 좌파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억누름으로써 선거와 연정 참여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러나 좌파당은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신호등 연정’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 영국의 보수당 정부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다 붕괴한 숱한 정부 중 하나다. 중도와의 연정에 매달리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려 애쓰는 꼴이 될 것이다.

중도를 추수할 것이 아니라 왼쪽에서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하고 그것을 체제에 맞선 투쟁으로 모아낼 혁명적 정치가 필요하다.

람시스는 출당 조처에 맞서 싸우고 있다.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는 이제 “좌파당이 아니라 의회 밖 투쟁과 독자적인 혁명적 조직을 건설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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