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의 역대급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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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열렸다. 수도 다카에 최소 100만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방글라데시 역사상 최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였다.
재한 방글라데시인이자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인 자한 씨에게 현지 소식을 들어 봤다. 자한 씨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집회에도 적극 참가해 왔다.
방글라데시에서 놀라운 규모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12일에 열린 시위에 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시위는 수도 다카의 한 공원을 중심으로 열렸어요.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기념하는 공원이죠. 참가자를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거죠.
정파나 종교를 뛰어넘어 수많은 단체들과 개인들이 함께했습니다. 주요 정당들인 방글라데시 국민당(BNP), [이슬람주의 정당] 자마아트 이슬라미를 비롯해 공산당, 학생 운동 단체 등 모두요. 물론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쫓겨난 전 총리 하시나의 소속 정당인] 아와미 연맹은 빼고요.
주요 이슬람 학자들, 사회 복지 단체, 엔지오, 이슬람 학교, 유명 언론인들과 연예인들도 지지를 밝히고 참가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종교 사회 복지 단체들은 평소에 빈민 구호 활동을 주되게 한 덕분에 서민들의 신뢰를 많이 받아요. 그런 호소 덕분에 시위 소식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어요.

시위가 자발적이었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대규모 연대 시위가 열린 배경은 무엇인가요?
4월 12일 집회는 4월 7일 한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제안됐어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라는 명의의 그룹이 ‘가자를 위한 행진’을 호소했고, 여기에 사람들이 호응하기 시작한 것이죠. 방글라데시에 있는 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가자를 위한 행진’은 사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학생 운동 지도부 중심으로 올해 2월 창당된] 전국시민당(NCP) 소속 학생들이 호소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4월 7일에는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이 전국적으로 있었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이 호소한 연대 파업에 국제적으로 함께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방글라데시도 여기에 동참했어요. 특히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동맹 휴업이 있었어요. 일반 노동자들도 일부 참가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학생들이었어요.
방글라데시는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수도인 다카에는 대학교가 굉장히 많은데, 4월 7일에 사립대, 공립대, 고등학교, 사설 학원 할 것 없이 학생들이 휴업을 하고 행진을 벌였어요. 대학 당국들도 행정 업무를 중단했어요. 사람들이 수도 다카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이고 미국 대사관 인근 도로를 봉쇄하려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어요. 그 구역은 외교 공관들이 밀집해 있어서 정부에겐 민감한 곳이에요.
그날 바로 4월 12일 ‘가자를 위한 행진’이 호소된 것이에요.

지난해 독재자 하시나가 거대한 반란으로 쫓겨났죠. 하시나는 이스라엘과의 교류를 늘린 전력도 있는데요, 시위대는 현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요?
지난해 7월 혁명의 분위기와 생동감이 아직 사람들한테 생생해요. 얼마 지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하시나 정권에 대해 방글라데시인들의 분노가 컸던 배경에는 이스라엘과의 협력 문제도 있었어요. 4년 전에 알자지라를 통해서 하시나 정권과 이스라엘 사이의 교류가 폭로됐어요. 하시나 정권은 이스라엘과 비밀 협정을 맺고 군사 기술과 감시 기술을 들여왔어요. 방글라데시는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하시나는 그런 짓을 벌인 거죠. 그리고 들여온 기술들로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고 추적했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졌을 때 세상에 공개된 끔찍한 감옥들이 있잖아요? 하시나 정권도 아이나컬 감옥이라는 곳을 운영했는데, 여기로 납치돼 실종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하시나 정권이 무너진 후에도 당시 납치와 고문에 가담한 자들을 군부가 보호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어요.
시위대는 당시 하시나 정권이 체결한 이스라엘과의 비밀 협정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현 정부가 그것을 공개하고 당장 이스라엘과의 모든 교류와 협정을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인에게 왜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요한지, 방글라데시인으로서 왜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방글라데시인으로서 저는 억압과 점령에 맞서고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에 팔레스타인의 편입니다.
우리의 역사도 희생으로 쓰였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역사는 짧지 않아요. 방글라데시가 [1971년] 독립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의 하나가 이스라엘이었어요. 당시 이스라엘은 방글라데시를 인정해 줄 테니, 자신들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거절했어요. 이스라엘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요.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방글라데시인 수천 명이 팔레스타인에 가서 이스라엘에 맞선 전투에도 참가했어요. 그중 다수는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에 참여한 투사였어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인종학살, 폭격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 파괴된 집, 지워지는 민족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 어떻게 침묵을 지킬 수 있나요?
이것은 종교를 초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슬림으로서 저는 이를 절감하는데, 침묵하거나 심지어 인종학살을 방조하는 소위 무슬림 지도자들을 보세요. 이것은 신앙을 넘어선 문제입니다.
우리는 억압이 어디서 벌어지든, 누구에게 일어나든 항상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것은 자선이나 단순한 친절이나 동정심이 아닙니다. 정의의 문제고, 우리의 존재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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