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특별 취재 - 2007 케냐 세계사회포럼:
“전쟁과 빈곤 없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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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나이로비 세계사회포럼이 개막했다. 개막 행진은 나이로비의 대표적 빈민가인 키베라에서 시작해 나이로비 도심 우후루 공원으로 이어졌다. 키베라는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횡포를 훌륭하게 폭로한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에도 등장하는 지역이다. 개막 행진의 슬로건은 “키베라에 평화를, 빈민가 거주민에게도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였다.
키베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 등에서 온 빈민들과 농민 등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은 구호와 춤, 음악 소리로 개막 행진을 시종일관 열정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온 참가자들은 “AIDS 없는 세계가 가능하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등의 문구가 쓰인 배너와 팻말을 들거나 옷을 입고 행진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들도 이들과 함께 행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영국 전쟁저지연합과 한국의 활동가 등이 포함된 반전 대열도 아프리카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조지 부시가 테러리스트”였고,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손을 떼라”도 인기를 끌었다.
반전 대열은 빈곤과 전쟁 문제를 연관시킨 구호도 외쳤다. “슬럼 반대, 전쟁 반대, 부시는 꺼져라”, “전쟁 비용 1조 달러를 빈곤 퇴치에 써라.”
행진에 참가하러 온 아프리카인들 중에는 반전 팻말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것은 최근 부시의 소말리아 침공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도 부시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일부 아프리카인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이라크인들의 저항에 지지를 나타내며 “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점령은 범죄다” 하고 외쳤다.
행진에 이어 우후루 공원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약 1만 5천 명이 참가했다. 아프리카 흑인억압에 맞서 싸운 가수 밥 말리의 “One Love”와 “Get Up, Stand Up”이 행사 중간에 흘러나올 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억압에 맞선 저항을 찬양했다.
또, 참가자들은 연사들이 부시의 전쟁을 비판했을 때 가장 큰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막이 오르다
첫번째 연사였던 흑인 여성 활동가 와하 카아라(케냐 외채 탕감 네트워크)의 연설은 끊임없는 박수를 받았다.
“지금이야말로 저들의 의제를 도마 위에 올려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외채에 반대해야 할 때다. 외채는 죽음을 뜻한다. 조건이 달린 외채에 반대할 때다 …
“부시 일당 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다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는 버릇을 고쳐줄 때다. 우리 중에 알카에다가 없다는 것을 말할 때다.”
타오피크 벤 압달라(아프리카사회포럼 조직위원)도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는 더 나은 기니[현재 권위주의 국가에 반대하는 야당의 투쟁과 노동자 파업이 진행중이다]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대를 나타낸다. 자유를 위해,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명한다. 날마다 죽어가는 이라크인들에게 연대를 표명한다.” 그가 이라크인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을 때 박수 소리가 가장 컸다.
다만, 개막 행진과 개막식의 규모가 적었던 것은 아쉽다. 2005년 포르투 알레그레 개막 행진은 10만 명이 넘었고, 2004년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에도 10만 명이 모였다. 그러나 이번 개막식에는 약 1만 5천 명이 참가했다.
나이로비 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가 개막 행진 동원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행사 직전까지도 개막 행진은 공지되지 않았다.
세계사회포럼 조직자들은 2005년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에 이어 이번에도 토론장과 각종 행사장을 주제별로 칸막이했다.
그러나 실제 나이로비 행사장의 분위기는 2005년 포르투 알레그레보다는 2004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의 분위기에 가깝다. 여러 행사들이 모이(Moi) 경기장을 중심으로 열리기 때문에 영역 구분이 날카롭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즐거운 ‘소음과의 전쟁’이 참가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제 국제 운동의 미래를 둘러싼 토론과 “목소리 없던 자들의 목소리”가 이 곳을 메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