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 1: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KTX 승무원들은 ‘처음엔 1년 계약직이지만 2005년에 공사화 되면 정규직이 될 거다’ ‘공무원 대우해서 정년 보장 해주겠다’는 철도청 경영진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입사했어요. 그게 거짓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홍익회 소속으로 채용됐지만 철도청 간부들이 교육하고 철도청장이 와서 인사하고 이랬거든요.
그런데 약속과 달리 복지 혜택이 전혀 없었어요. 단 하루를 아파도 진단서를 당일 회사에 직접 제출해야 했는데, 아프지 말란 얘기죠. 겨우 병가 신청을 해도 그걸 월급에서 깠어요. 초과근무수당도 나오지 않았고요.
게다가 2005년에는 월급이 20만 원 씩 내려갔어요. 정규직화 약속을 믿고 참고 기다렸는데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노조를 만들어서 싸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관리자들의 성희롱적 행동, 임금 체불, 보장되지 않는 휴가나 병가, 보건휴가, 이런 것들을 놓고 싸웠어요. 그러다 철도공사가 우리를 법적으로만 자회사 소속으로 만들어 놓고 다 쥐락펴락 운영하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싸운 거죠.
이철 사장은 “불 나면 승객들이 불 끌텐데 승무원이 꼭 안전을 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해요. 국민세금으로 운영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은 하늘에 맡기는 거죠.
철도공사는 오히려 적자를 메꾸겠답시고 승객들 주머니를 털고 있죠. 처음 개통할 때는 안 좋은 설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전혀 안하고 있어요. 이렇듯 KTX 승무원 문제는 승무원 고용문제만이 아니라 세금을 내고 있는 전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요.
인센티브
정부 자체가 공기업 정규직 규모를 줄이려고 해요. 3만 명 넘는 철도 정규직 중에 5천 명만 남기고 다 비정규직화 하는 게 목표에요. 연말마다 공기업 평가를 하는데 인건비 지출 비율이 적을수록 점수가 높아져서 인센티브를 줘요. 철도공사가 경영평가 꼴찌를 해서 1천억 원을 받았어요. 1위를 하면 엄청난 돈을 받겠죠. 이런 일들을 고쳐야 합니다.
요새는 가처분 때문에 역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서울역 밖에서 선전전하고 있어요. 이철 사장 퇴진 서명 받고.
1년 동안 싸우며, 제일 크게 깨달은 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정부나 법이 국민을 위해 있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법은 법조문에만 있고 실제 집행하는 현장에는 없어요. 공권력도 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지, 국민을 위한 정책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요새 대한항공 같은 데서는 최종면접에서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거 물어봐요. 좀 아는 척하고 진보적인 발언하면 떨어지죠.
우리 파업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해요. 정의는 반드시 이기고, 진실은 인정받는다는 원칙을 실감하지 못하면 평생 불행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한 행동이 분명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불의를 보고 꾹 참는 빗나간 삶을 살게 될까봐, 반드시 KTX 승무원으로 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KTX 승무원들과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서도, 국민 전체를 위해서도 이건 중요한 일이에요.
기업들은 여성 노동력의 가치를 남성과 똑같이 생각해주지 않아요. 신입승무원을 다 여성으로만 뽑고 비정규직으로 외주 위탁하고 차별하는 게 현실이에요. 노동력을 싸게 쓰는 게 궁극의 목표이기 때문에 남녀를 안 가리고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외주화 하겠지만, 여성을 더 차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성이 깨어나지 않으면 모든 남녀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게 당연시 될 거예요. 이대로 주저앉아서 당하고 있으면 남성도 똑같은 상황이 되겠죠.
그걸 바꾸는 노력을 모든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